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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인문학*과학 서로를 탐하다 - 현대물리학·현대미술 공통점은 아름다움 추구' 글 입니다.

[국제신문] 인문학*과학 서로를 탐하다 - 현대물리학·현대미술 공통점은 아름다움 추구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17.06.23

조회수 9753

첨부파일 : No File!
  • 국제신문 /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 입력 : 2017-06-22 18:46:45 / 본지 19면

  • "현대물리학·현대미술 공통점은 아름다움 추구"

    동아대·부산과기협 공동 '인문·과학 통섭' 대중강연


    - 관습이나 보편타당성 거부하고
    - 다양한 상호작용으로 관계 형성
    - 추상표현주의 화가 폴락 작품
    - 엔트로피 법칙 따르는 우주 비슷


     현대 물리학과 현대 미술의 공통점은 뭘까. 지난 20일 오후 7시 동아대 부민캠퍼스 법학전문대학원 1층 김관음행홀에서 동아대 인문역량강화사업단과 부산과학기술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대중강연 '인문학·과학, 서로를 탐하다'의 두 번째 주제다. 부산대 물리학과 이창환 교수가 '존재, 진실, 아름다움의 의미는 관계 속에 있다', 동아대 미술학과 김승호 교수가 '현대 미술의 관계성'을 강연한 뒤 필로아트랩 이지훈 대표(철학박사)의 사회로 청중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대표는 "현대 미술과 현대 물리학은 종전 관습이나 보편타당성을 거부하고 다양한 컨텍스트(맥락) 속에서 대상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강조했다.


    ■존재, 아름다움은 관계 속에 있다(이창환)

     현대 물리학과 현대 미술은 진공과의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진공은 빈 공간이 아니라 무한한 창조의 공간에서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작은 공간에서 너무 빨리 변하는 진공을 인식할 수 없다. 모든 존재는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찍은 우주 사진(왼쪽)과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락의 작품.

     우주가 빅뱅을 거쳐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과정을 표현했다.


     왜 아침과 저녁에 본 사과의 색은 다른가? 빛의 본질은 무엇인가? 공간의 성질이 색을 바꾸기 때문이다. 빛은 양자 진공 자체의 주기적인 변화다. 진공 자체가 바뀌면 빛도 휘어질 수 있다. 우리는 불연속적인 변화를 연속적인 존재로 인식한다. 모든 입자는 사라질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다. 두 사람이 정지해 있지만 빛의 속도 때문에 상대방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직선도 곡선처럼 보인다. 이처럼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므로 각자가 우주의 중심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빛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질(에너지)의 존재가 진공 자체를 바꾼다. 우주가 빅뱅을 거쳐 시간이 흐르면서 중력과 엔트로피 법칙에 의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과정을 현대 물리학이 이해하는 양상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잭슨 폴락의 작품이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다. 또 달리의 '기억의 고집'이나 르네 마그리트의 '백지위임장'은 현대 물리학과 비슷한 양상으로 시·공간의 상대성을 보여준다. '기억의 고집'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식탁에 나무가 자라고 시계가 치즈처럼 물렁물렁해져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표현했다. '백지 위임장'은 숲을 배경으로 말을 탄 여인을 그린 작품이지만 말과 여인, 그리고 숲이 위치한 화면의 깊이가 혼동을 일으킨다. 여인의 몸통 위에 나무를 걸치고 말의 몸통 일부를 사라지게 그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것 같다.


    ■현대 미술의 관계성(김승호)


     미술이 학문의 대상이 되기까지 작품의 맥락을 해석하는 관계 맺기가 작용한다. 작품을 마주하면 누가 그렸나, 언제 제작됐나, 무엇을 표현했나, 어디에 전시돼 있나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현대 미술 작품은 문학(문자, 의성어, 문장), 음악, 자본주의, 도시환경, 정치, 기술을 도구로 사용한다. 예술가가 바라본 시대성은 현대 미술이 추구하는 새로움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미술작품과 미술작가, 관계망을 중심으로 현대 미술의 관계성을 ▷예술제도론과 현대 미술-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마르셀 뒤샹의 콧수염을 추가한 모나리자 복제품 ▷문자와 현대 미술-뒤러의 자화성과 이안 해밀턴 핀레이 ▷문학 음악 춤과 현대 미술 -칸딘스키와 추상 ▷기성품과 현대 미술-뒤샹의 '샘' ▷도시환경과 현대 미술-요셉 보이스의 '7000개의 떡갈나무' ▷대중매체(상품)와 현대 미술-앤디 워홀의 '브릴로 상자' ▷기술(TV)과 현대 미술-백남준의 'TV-부처' 등 7가지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마르셀 뒤샹의 '샘'.                    백남준의 'TV-부처'.


     특히 마르셀 뒤샹은 이미 제작된 기성품을 변형시키지 않아도 작가의 뜻에 따라 새롭게 해석해 전시된다면 하나의 기성품 예술 작품이 된다고 주장한다. 덕분에 점차 예술 작품은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만드는 것, 새롭게 해석해 선택하는 것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뒤샹은 한 차원 높은 곳에 있는 듯한 예술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전통에서 벗어난 독창성과 자유로움으로 다양한 예술 세계를 열었다.

     뒤샹은 "예술은 바로 우리 주위에서 가장 가깝게 존재하는 것들"이라고 했다. 뒤샹은 작품 '샘'을 통해 남자의 소변기에 서명함으로써 미술품 반열에 올려놓았다. 현대 미술의 핵심은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고 경험하고 즐기는 거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