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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이언스]산소 없이 후흡~ {숨} 어디까지 참아봤니' 글 입니다.

[동아사이언스]산소 없이 후흡~ {숨} 어디까지 참아봤니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17.10.11

조회수 12423

첨부파일 : No File!

산소 없이 후흡~ {숨} 어디까지 참아봤니


2017년 10월 09일 13:00

인간은 숨을 참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보통은 길어봐야 1분 안팎이지만, 특별한 인간(?)도 있다. 무려 24분 3초 동안 숨을 참아 기네스북에 올랐다(수영장에서 얼굴만 물속에 넣고 측정한 최고 기록. 따라하면 안 됨!). 산소 없이 무려 18분을 버티는 ‘지독한’ 포유동물도 최근 발견됐다. 물론, 특별한 훈련은 받지 않았다. 이 녀석들에게는 어떤 특별한 차이가 있는 걸까.

 

GIB 제공
GIB 제공

산소 없이 18분 버텨


동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벌거숭이두더지쥐. 털이 전혀 없는 분홍색 피부에, 앞으로 길게 튀어나온 뻐드렁니가 두드러진 외모가 특징이다. 수명이 일반 쥐보다 10배 이상 길어 평균 32년간 살고, 암에도 거의 걸리지 않는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뻐드렁니쥐과로 쥐와 유전적으로 94% 일치한다. 생존에 최적화된 생물학적 특성 덕분에 과학자들은 벌거숭이두더지쥐에 큰 관심을 가져 왔다.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또 다른 ‘생존 무기’는 없을까. 토머스 파크 미국 일리노이대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벌거숭이두더지쥐가 서식하는 환경에 주목했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땅 속에서 사는데, 보통 300마리 정도가 한 무리를 이룬다. 가뜩이나 산소가 희박한 땅 속에서 300마리가 함께 지내면 산소 농도는 더 떨어지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벌거숭이두더지쥐와 보통의 실험쥐를 대상으로 산소 공급을 제한하는 실험을 했다. 산소를 모두 없애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실험쥐는 20초 만에 의식을 잃은 반면,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최대 18분을 버티고 기절했다. 곧바로 산소를 넣어주니 불과 몇 초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이후 두더지쥐의 행동을 관찰했을 때 뇌 손상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내용을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4월 21일자에 발표했다.

 

무산소 상태에서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생존 능력을 연구한 연구팀의 게리 르윈 교수가 벌거숭이두더지쥐를 들어 보이고 있다. - Roland Gockel, MDC 제공
무산소 상태에서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생존 능력을 연구한 연구팀의 게리 르윈 교수가 벌거숭이두더지쥐를 들어 보이고 있다. - Roland Gockel, MDC 제공

산소 없으면 과당 투입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산소 없이 어떻게 버틸 수 있는 걸까. 연구팀은 그 원리를 밝히면 심장마비와 뇌졸중 환자들의 뇌 조직 손상을 방지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파크 교수팀에 따르면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생존 비법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는’ 식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산소를 이용하는 세포 호흡을 중단하고, 과당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다.


연구팀은 산소 농도가 낮을 때 벌거숭이두더지쥐의 혈액을 채취해서 대사물질 86종의 농도를 분석했다. 그결과 과당과 자당(설탕)의 농도가 유난히 높아진 현상을 확인했다. 이들은 대사증후군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특히 설탕은 식물에서만 생성된다.


분석 결과 세포에 과당을 공급해 주는 분자가 일반 쥐에서는 장과 신장 세포에만 있는 반면, 벌거숭이두더지쥐의 경우 모든 장기 세포에 고루 분포했다. 또 과당을 변형시켜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해당과정에 투입시키는 효소(KHK) 역시 모든 장기에 풍부했다.


이 차이 덕분에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뇌세포가 혈액 속 과당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 결과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산소가 부족하면 과당을 에너지원으로 써서 버티는 것이다.


벌거숭이두더지쥐만 18년을 연구한 파크 교수는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신진대사 과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과정을 변경하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산소가 희박해도 견딜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실험 결과, 사람이었으면 수 분 안에 사망할 만큼 낮은 산소 농도에서도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최소 5시간 이상 생존했다. 연구팀은 벌거숭이두더지쥐가 극한 상황에서 일종의 가사상태에 빠져서 버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거의 움직이지 않고, 심박수를 분당 200회에서 50회까지 최대한 떨어뜨렸다. 이 상태에서 호흡에 필요한 산소가 공급될 때까지 과당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었다. 가사상태에 빠지는 전략으로 저산소 상황을 버티는 포유류는 벌거숭이두더지쥐가 유일하다.


이런 전략 덕분에 벌거숭이두더지쥐에게는 고산지대를 등반하는 산악인들에게 종종 발생하는 폐부종도 생기지 않는다. 폐부종은 폐에 공기 대신 체액이 들어차면서 생기는 증상으로, 산소 농도를 높여 주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게리 르윈 독일 막스델브뤽분자의학센터 체성감각분자생리학 교수는 “심근경색과 뇌졸중이 발생하면 산소 공급이 몇 분만 중단돼도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받는다”며 “사람의 세포도 위급 상황에서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경로를 벌거숭이두더지쥐처럼 바꿀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히말라야 고산족 셰르파는 히말라야 산행 동반자로 오랫동안 활약해왔다. - GIB 제공
히말라야 고산족 셰르파는 히말라야 산행 동반자로 오랫동안 활약해왔다. - GIB 제공

저산소증 극복 위해 셰르파 연구


벌거숭이두더지쥐처럼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 적응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히말라야를 오르는 산악인들이 반드시 함께 하는 사람들, 바로 셰르파다.


셰르파는 네팔의 고산지대에 사는 종족의 이름으로, 티베트어로 ‘동쪽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들은 약 500여 년 전 티베트에서 네팔로 이주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전통적으로 해발 3000m 안팎의 고산지대에 마을을 이뤄 살아왔다.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와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등반한 동반자도 텐징 노르게이라는 셰르파였고, 현재까지 세계에서 에베레스트를 가장 많이 오른 기록(21회)을 보유한 사람도 아파 셰르파라는 셰르파다.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등반한 에드먼드 힐러리(왼쪽)와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 - Jamling Tenzing Norgay 제공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등반한 에드먼드 힐러리(왼쪽)와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 - Jamling Tenzing Norgay 제공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런던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셰르파들이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에서 어떻게 저산소증 같은 문제 없이 살 수 있는지를 밝힌 논문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6월 13일자에 발표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셰르파들의 혈액 속에는 적혈구 수가 적은 대신 혈관 확장을 도와주는 산화질소(NO)의 농도가 높아서 산소를 공급하는 혈액 흐름을 빠르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반인들은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에 가면 산소를 더 많이 운반하기 위해 적혈구 수가 많아지고, 그 결과 혈액이 진해져서 혈관을 막는 혈전이 생기기 쉽다.


하지만 연구팀은 세포에서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실험을 진행했다. 저지대에 사는 사람들과 고원에 사는 티베트인과 셰르파들의 유전체 차이를 분석한 최근의 연구에서 미토콘드리아에 차이가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비교적 낮은 지역에 사는 셰르파 15명과 연구팀 가운데 10명을 뽑아서 각각 카트만두와 런던에서 혈액과 근육의 샘플을 채취했다. 그런 뒤 에베레스트 등반팀을 따라서 해발 5300m 베이스캠프에 올라간 뒤 2개월 이상 머물면서 샘플을 채취했다.


분석 결과 출발 당시에는 셰르파들이 미토콘드리아에서 훨씬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셰르파들의 지방산화량이 훨씬 적었던 것이다. 근육은 지방과 글리코겐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데, 보통은 지방을 분해한 에너지를 더 많이 쓴다. 지방산화량이 적다는 것은 지방보다 글리코겐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많이 낸다는 뜻이다. 글리코겐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은 지방을 분해할 때와 비교해 같은 양의 산소로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뒤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줄어들었다. 보통 사람들도 고지대에 적응하면서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이 효율적으로 변해간다는 뜻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런던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대 공동연구팀의 한 연구원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셰르파의 생리 상태를 검사하고 있다. - Xtreme Everest 제공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런던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대 공동연구팀의 한 연구원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셰르파의 생리 상태를 검사하고 있다. - Xtreme Everest 제공

지방산화량 차이도 중요하지만, 연구팀이 발견한 결정적인 차이는 ‘인산크레아틴’이라는 물질이다. 이 물질은 근육 운동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가 생성한 에너지가 일시적으로 고갈됐을 때 순간적으로 근육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질이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고 두 달이 지나자 일반인들에게서는 이 물질이 급격히 감소한 반면 셰르파들에게서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고지대에서는 세포와 인체 조직에 손상을 주는 활성산소의 양도 빠르게 증가하는데, 셰르파들에게서는 그 정도가 낮았다. 연구팀은 셰르파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이 저산소증으로 위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에 참여한 마이크 그로콧 영국 사우샘프턴의대 교수는 “셰르파들이 낮은 산소 농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원리를 이해하면 중환자실 환자들 중에서 저산소증에 빠지기 쉬운 사람들을 미리 찾아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