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네비게이션

HOME
글자크기

다박사 과학정보

참여마당
다박사 과학정보
'[사이언스타임즈]영상은짧게~임팩트는 강하게~' 글 입니다.

[사이언스타임즈]영상은짧게~임팩트는 강하게~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20.05.12

조회수 3218

첨부파일 : No File!

영상은짧게~임팩트는 강하게~

숏폼 콘텐츠의 춘추전국시대 열려



스마트폰 시대가 올해로 13년째를 맞는다.

애플사(社)에서 출시한 아이폰을 필두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스마트폰 시대.

아이폰이 개발되기 이전, 1992년 IBM에서 개발한 최초의 스마트폰인 사이먼(simon)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전화기와 컴퓨터 등 고정형 기계에 이동성을 더한 것 이상의 의미는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스마트폰은 분명 세상을 바꾸고 있다. 마치 인류가 도구를 제작하고 사용하면서 문화가 발전했듯이 스마트폰의 등장은 생활양식 전반에서부터 사회, 문화,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전자제품’인 스마트폰이 세상의 변화를 리드하고 있다.


포노 사피엔스의 등장


스마트폰 보급률이 95%에 달하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하루의 대부분을 스마트폰과 함께 생활하는 현대인들을 일컬어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말이 생겨났다. 스마트폰을 사용함으로써 존재하는 신인류인의 등장인 것.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포노 사피엔스가 주로 이용하는 콘텐츠는 1위 메신저(94.7%), 2위 영화·TV·동영상 시청(90.6%), 3위 관심사 검색(89.4%)으로 밝혀졌다. 이 결과는 각 산업분야의 트렌드와 맥을 같이 한다.

메신저 및 검색 엔진은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발전해온 모바일 플랫폼이다. 이 분야는 기존의 플랫폼을 토대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면서 산업 생태계를 확장한다. 반면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은 이동통신 환경 변화와 콘텐츠의 다양성, 이용자의 사용 패턴에 따라 신규 플랫폼이 등장하는 변화무쌍한 영역이다. 최근에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 역시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포노 사피엔스가 스마트폰을 통해 무언가를 본다, 고로 존재한다.




바쁘다 바쁜 현대사회, 짧게 본다


1996년 KBS에서 방영된 ‘첫사랑’은 우리나라 역대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인 65.8%를 기록한 바 있다. 작년 기준, 드라마 최고 시청률이 20% 초반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놀라운 수치다. 이토록 놀라운 차이의 원인은 1996년은 콘텐츠 소비자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집 안에 비치된 TV로 시청할 수밖에 없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른바 ‘모바일 시장 성숙기’에 진입한 현재는 시간과 공간 등 시청 환경에 제약 없이 드라마를 비롯한 영상을 시청하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메조미디어의 조사에 따르면 연령대가 낮을수록 10분 미만의 숏폼 동영상을 선호하며, 1020세대의 동영상 선호 시청 길이는 15분 내외라고 한다.

이처럼 미디어 환경에 변화가 일어나자 서사가 긴 영상보다는 압축된 메시지, 짧고 간결한 영상의 콘텐츠와 이를 생산하고 스트리밍하는 플랫폼이 등장하였다. 바로 숏폼 플랫폼(short form platform)과 숏폼 콘텐츠(short form contents) 시대가 열린 것.


챌린지, 재밌고 짧으니까 좋지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최전방에서 애쓰는 의료진을 향한 ‘덕분에 챌린지’가 SNS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짧은 영상에 담긴 짧은 메시지, 짧은 수화 사인이지만 그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어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2020년 상반기에 가장 큰 이슈가 된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는 틱톡(TikTok) 영상 조회 수 1억 뷰를 기록하였다. 노래의 일부분에 맞춰 춤을 추는 짧은 영상에 연예인과 일반인들이 열광했고, 활발히 참여한 결과다.

사소한 궁금증을 과학으로 풀어보는 유튜브 채널 ‘코코보라’는 종전의 과학 콘텐츠들에 비해 짧은 영상 길이로 제공된다. 이처럼 대중들이 어려운 영역이라 생각한 과학, 시사, 경제, 사회·문화 등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들이 숏폼 콘텐츠로 만들어져 소비되고 있다.

웹, OTT 기반 숏폼 플랫폼만의 얘기가 아니다. TV 예능이 5분 만에 끝나서 출연자도 시청자도 당황했던 TvN의 예능 ‘아일랜드 간 세끼’는 공중파에서 시도한 첫 숏폼 콘텐츠이다. 아직까지 TV 플랫폼은 숏폼 콘텐츠가 활발히 소비·유통되고 있지는 않지만, 기대와 수요가 증가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숏폼 콘텐츠, 제약의 역설


숏폼 콘텐츠는 짧게는 15초, 길게는 10분 미만 길이의 콘텐츠를 지칭한다. TV 매체의 광고가 30초 미만인 것에 비하면 15초 콘텐츠는 고도의 압축 콘텐츠에 해당한다. TV 매체의 드라마가 회당 60분 내외로 구성되는 것에 비하면 10분 드라마는 전형을 벗어난다. 그러다 보니 짧은 길이의 플랫폼에 담길 서사와 메시지에 대한 고민과 우려가 컸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답은 향유자, 즉 콘텐츠 소비자들이 찾기 시작했다.

숏폼 플랫폼이 제공하는 제한된 시간은 오히려 창의력을 자극했고, 가벼우니 진입장벽이 낮았다. 따라서 누구나 참여하고, 즐기고, 퍼트릴 수 있는 하나의 놀이가 된 셈, 제약의 역설이다.


숏폼 콘텐츠의 춘추전국시대


현재 가장 짧은 콘텐츠 플랫폼인 틱톡(TikTok)이 개발되었던 2012년 당시에는 ‘킬링 타임용 15초 짜깁기 영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2019년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가 7억 5000만 회.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플랫폼의 조회수를 상회한다.

틱톡의 놀라운 상승세에 인스타그램은 IGTV, Reels 등 짧은 길이의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유튜브 역시 인기 유튜버들이 10분 안팎의 숏폼 콘텐츠를 게시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은 숏폼 콘텐츠의 포커스를 학습에 두고 탄지(Tangi)를 출시했고, 트위터 역시 6초짜리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바이트(byte)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리고 4월 초에는 드림웍스 창업자 제프리 캐천버그(Jeffrey Katzenberg)가 개발하고 글로벌 콘텐츠 공룡기업인 디즈니, 유니버설, 소니픽처스, 알리바바가 투자한 퀴비(Quibi)가 출시되었다. 퀴비는 모바일 환경에서 숏폼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최적화된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시작하였다. 숏폼 플랫폼으로는 비교적 후발주자인 퀴비의 출시로 인해 관련 시장에 긴장도가 높아진 것은 콘텐츠와 향유 매체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가시화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신규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자 OTT, 방송사, 소셜 미디어 역시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넷플릭스, 스냅챗 등 글로벌 플랫폼과 카카오M, CJ ENM 등 이미 콘텐츠 유통 및 제작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숏폼 콘텐츠 비즈니스로의 확장에 적극적이다.




숏폼 콘텐츠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 포노 사피엔스로 불리는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공략하여 시청 편의성을 높였으며, 파편화된 시청 행태에 새로운 장르를 구축했다. 여기에 콘텐츠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서의 재미와 공감이 더해지니 오랫동안 아성을 유지해왔던 TV의 시대는 무너지고 있다. 혹자들이 말하듯 “레거시의 헤게모니가 흔들렸다.”

이제 막 형성되어 불붙기 시작한 숏폼 콘텐츠 시장이 보편적 의미의 ‘성공’을 담보할지 확신할 수는 없다. 특히나 콘텐츠의 성공에는 늘 무수한 변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속단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누군가에게는 재미를 주고,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는 숏폼 콘텐츠의 춘추전국시대임이 분명하다.


김현정 객원기자


원문기사 :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8%81%EC%83%81%EC%9D%80-%EC%A7%A7%EA%B2%8C-%EC%9E%84%ED%8C%A9%ED%8A%B8%EB%8A%94-%EA%B0%95%ED%95%98%EA%B2%8C/#.XrVPGj12Z6A.kakaotalk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