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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강연
'[수톡]6/14(수)잠수정, 심해 비밀의 문을 열다' 글 입니다.

[수톡]6/14(수)잠수정, 심해 비밀의 문을 열다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17.06.14

조회수 3550

첨부파일 : No File!

○강 연 일: 2017년 6월 14일(수)


○강 연 자: 김 웅 서박사(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강연내용

예로부터 바다는 인간이 접근하기에 두려운 곳이었다. 인간은 끝과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광대한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키워왔으며, 그로 인해 수많은 상상속의 괴물을 만들어냈다. 거대한 바다뱀이 뱃사람을 잡아먹고, 거대한 오징어와 문어가 배를 침몰시키는 이야기가 사람 입에 오르내리곤 했다. 문어를 닮은 북유럽의 전설에 나오는 거대한 바다괴물 크라켄(Kraken)은 많은 선원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소설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1851년 발표한 백경(Moby Dick)’에서는 대왕오징어가 향유고래와 싸우며,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Jules Verne)1871년 발표한 해저 이만리(Twenty Thousand Leagues Under The Sea)’에도 거대한 오징어가 네모선장의 잠수정 노틸러스를 공격하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1996년에는 거대한 오징어 이야기를 다룬 미국의 소설가 피터 벤칠리(Peter Benchley)비스트(The Beast)'TV 시리즈로 만들어져 바다괴물 오징어에 대한 공포심을 재발시켰다. 우리의 생활이 바다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공포심 때문에 바다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멀고 신비에 싸인 세계로 인식되어왔다. 더욱이 해양탐사의 어려움으로 인해 바다의 많은 부분은 아직도 우리의 지식 밖 세계로 남아있다. 특히 심해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바다는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말처럼 새가 일 년을 날아도 다 갈 수 없는 너무나도 광활하고 두려운 곳으로 남아 있지만, 생명 기원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의 모험심과 관심을 끌고 있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처음 어떻게 생겨났는지, 또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우리로서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최초의 생명체가 육지보다는 바다에서 생겨나고 진화해 왔을 것이라는 생각은 여러 가지 면에서 타당성이 있다. 해양환경은 육지 환경보다 변화 폭이 적으므로, 바다는 생물이 탄생하고 진화하기에 더 유리한 장소였을 것이다. 물은 비열이 높기 때문에 바다에서는 수온 차이가 그리 크게 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열대 사막이나 남북극처럼 생물들이 아주 덥거나 아주 추운 극한 환경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바다에는 생물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물 부족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생물체의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리적인 과정은 물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물은 생물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외계에서 생명체를 찾을 때는 우선 물이 있는가를 확인한다. 해수의 화학성분이 바다와 육지에 살고 있는 많은 동물 체액의 화학성분과 비슷하고 모든동물이 물속에서 초기발생을 시작한다는 점도 바다가 생명의 고향임을 시사한다. 인간도 태아 시절에는 어머니의 자궁 속 따뜻한 양수에서 자란다. 또한 바다는 지구에서 생물들이 살 수 있는 가장 큰 서식지이다. 바다는 지구 표면적의 71%를 차지하는 반면 육지는 표면적의 29%에 불과하다. 특히 남반구는 표면적의 80%가 바다이므로 육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해양에서 제일 깊은 곳은 서태평양의 마리아나 해구(Mariana Trench)로 수심이 11,000m가 넘는다. 육지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의 해발고도 8,848m와 비교해 보면 대양의 수심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다의 평균 수심은 약 3,800m가 된다. 만약 육지의 흙으로 바다를 메워 지구표면을 고르게 한다면 육지는 평균 수심 2,440m의 바닷물 속에 잠겨버리게 된다.

불과 15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심해에 생물이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영국의 박물학자 에드워드 포브스(Edward Forbes, 1815-1854)2,5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리스 주변의 에게해(Aegean Sea)에서 관찰했던 해양생물과 비교하기 위해 해양생물을 채집했다. 그 과정에서 수심이 깊어질수록 동물의 종류가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고, 수심이 약 500m가 넘는 심해에는 동물이 살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심해에 동물이 살고 있지 않다는 포브스의 심해 무생물 가설은 한동안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사람들은 왜 심해에 동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을까? 동물은 먹이가 있어야 살 수 있다. 생태계를 부양하는 가장 근본적인 먹이는 광합성을 하여 스스로 영양분을 만드는 식물이다. 식물은 햇빛이 있어야 자랄 수가 있으나, 심해는 햇빛이 도달하지 못해 식물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이다. 그러므로 초식동물이 살 수 없고, 따라서 육식동물도 살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심해에도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심해에 사는 동물은 다른 동물을 잡아먹거나 죽은 생물의 사체를 먹는다. 심해의 바닥에 사는 동물의 먹이가 되는 것은 위에서 죽어 가라앉는 생물의 사체이다.

생물이 거의 살지 않는 바다의 사막이라고 생각해왔던 심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심해에도 수많은 심해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음이 계속 밝혀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심해에 살고 있는 생물의 종수가 대략 1천만에서 1억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태평양의 심해저 5,000m가 넘는 곳을 직접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IFREMER)의 심해유인잠수정 노틸을 타고 탐사하고 나서 느낀 가장 큰 소감은 심해가 황무지가 아니라 다양한 해양생물이 살아가고 있는 생명력 넘치는 곳이라는 것이다. 심해는 지구 속의 또 다른 우주이다. 바다에 대한 공포심이 생명의 기원과 심해의 신비를 캐내려는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결코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바다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는 알게 모르게 바다에 의존해 살고 있다. 바다가 없으면 하루도 살기 힘들다. 우리가 숨 쉬는 산소는 바다에서 절반 이상이 만들어진다. 또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도 한다. 바다는 우리가 쾌적하게 살 수 있게 기후를 조절해주고, 환경을 깨끗하게 해준다. 인류는 인구 증가와 산업 발달로 인해서 육상자원이 고갈되고, 환경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훼손되며, 주거 공간이 부족해지자 눈을 바다로 돌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인간의 활동 영역은 점차 바다로 넓혀지고 있다. 더욱이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해양관광과 해양레저, 그리고 해양 힐링의 인기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바다가 무엇보다도 경제적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다양한 자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양생물로부터 의약품을 만들고, 미세조류로부터 바이오 연료를 추출하고, 남획과 오염으로 줄어드는 수산자원을 공급하기 위해 바다목장을 만든다. 산업에 꼭 필요한 금속을 얻기 위해 심해저광물자원을 개발하고, 바닷물 속에 녹아있는 유용한 물질을 추출한다. 조석간만의 차나 빠른 조류, 파도, 해수의 온도차, 그리고 해상풍력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깊은 바다에서 심층수를 끌어올려 산업적으로 활용하고, 바다에 인공 섬을 만들거나 바다 속에 해저도시를 만들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이렇게 꿈같은 일이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은 생물자원, 광물자원, 에너지자원, 수자원, 공간자원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생물자원에는 식용으로 하는 수산자원과 해양생물로부터 추출한 유용물질이 있다. 광물자원에는 망간단괴, 망간각, 열수광상 등이 있다. 연안에서는 골재자원으로 바다모래를 채취하기도 한다. 에너지자원에는 석유, 천연가스, 가스하이드레이트 등이 있고, 신재생에너지로는 조력, 조류, 파력, 해양온도차, 해상풍력 등이 있다. 바닷물 그 자체도 소중한 수자원이다. 해수를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담수로 만드는 해수담수화, 또한 깊은 바닷물을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해양심층수 등이 있다. 바다는 향후 인류가 살아갈 공간으로 가치를 갖는다.

바다는 다양한 자원의 보물창고이며, 무한한 에너지의 원천이다. 그래서 앨빈 토플러를 비롯한 많은 미래학자들은 21세기가 해양의 시대가 될 것이며, 인류의 미래가 바다에 달려있다고 이야기한다. 199411월 유엔해양법이 발효되면서 신국제해양질서가 정착되었다. 연안국은 주변 200해리 수역의 개발과 관리에 대한 주권적 권리와 배타적 관할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흔히 EEZ라고 하는 배타적경제수역은 12해리 영해수역부터 200해리까지이며, 생물자원과 무생물자원의 경제적 개발과 탐사활동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가지는 곳이다. 인공섬이나 시설, 구조물을 설치 사용할 수 있다는 중요성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 해양경계획정을 놓고 이웃 국가들과 해양 분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모두 해양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