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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도청도설-우장춘의 나팔꽃' 글 입니다.

[국제신문] 도청도설-우장춘의 나팔꽃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17.08.10

조회수 118

첨부파일 : No File!
  • 국제신문 /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 입력 : 2017-08-09 19:30:17 / 본지 26면

  • [도청도설] 우장춘의 나팔꽃


     1970년대 일본에서는 나팔꽃이 공해(公害) 측정용으로 활용됐다. 그 꽃잎이 오존,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다. 나팔꽃은 덩굴의 아래 잎이 피해를 입어도 위쪽 잎은 꾸준히 자라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방출되는 곳에 계속 놔두면 시간에 따른 오염정도를 알 수 있다.


     한해살이 덩굴식물인 나팔꽃은 여름이 제철이다. 예부터 약재로도 써 왔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기록돼 있다. 한방에서는 말린 나팔꽃 씨를 견우자(牽牛子)라 부른다. 이뇨 작용에 좋고 부종 ·요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견우자란 명칭은 이 꽃의 씨앗을 주는 대가로 소 한 마리를 끌고왔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그만큼 귀한 몸이었다.

     그런데 나팔꽃은 잘 보기 힘들고 약한 목숨이다. 이른 새벽에 피었다가 낮에 금세 지고 만다. 가냘픈 줄기로는 혼자 자랄 수 없어 다른 것에 의지한다. 나무에 붙어서는 천천히 휘감아 오른다. 겉으로는 구불구불한 곡선 모양으로 우회하는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원통형의 나무를 직사각형으로 펼쳐보면 직선이다. 가장 빠른 길을 택해서 위로 올라가는 나팔꽃의 성장 지혜인 셈이다.

     나팔꽃은 교잡(交雜)이 잘 생기는 까닭에 변종이 130여 종에 이른다. 그래서 유전학 연구에 유용하다. 고 우장춘 박사(1898~1959)가 나팔꽃을 연구하며 세계적 육종학자로서의 입지를 닦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그런 그의 나팔꽃 연구 결과물 등 관련 기록 713점이 80여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그가 1930년대에 이뤘던 결과물로, 국가기록원에 기증돼 영구 보존의 길이 열렸다. 그동안 일본에 있는 유족이 소장해 온 걸 우리 정부 당국이 오랜 설득 끝에 기증받았다. 기록물 중 나팔꽃 조사·연구노트 등은 잡종 식물이 어떤 원종의 게놈으로 이뤄졌는지를 규명한 것으로, 그가 세포유전학의 창시자임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는 평가다.
     일본에서 태어난 우 박사의 삶은 기구했다.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했던 친일파의 아들이란 멍에를 지고 자랐다. 하지만 1950년 귀국해 우리나라 농업 부흥에 일생을 바쳤다. 오늘은 우 박사의 서거 58주기이다. 그는 생전 병상에서 대한민국문화포장을 받자 눈물을 흘리며 ‘조국은 나를 인정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번의 연구 기록물 기증과 영구 보존을 그가 지켜봤다면 같은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