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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까지 약물을 전달하라! 나노 입자 크네델' 글 입니다.

목적지까지 약물을 전달하라! 나노 입자 크네델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7.01.11

조회수 4629

첨부파일 : No File!

<눈의 여왕>의 주인공 한태웅의 어머니인 고두심, <아침 이슬>을 부른 국민가수 양희은, 그리고 <비타민>에 나오는 노주현.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이들은 모두 심한 관절염을 앓고 있지만 활기찬 생활을 하며 관절염 약품의 TV 광고에 출연하고 있다. 이들이 출연하는 제품이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는 ‘약물 자체’보다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에 있다. 바로 우리가 흔히 파스라고 부르는 패치다.

똑같은 약물이라도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효능은 천차만별 달라진다. 이처럼 의약품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능을 극대화시켜 필요한 양의 약물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투여경로와 약의 형태를 ‘약물전달시스템’(DDS, Drug Delivery System)이라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 약물전달시스템은 신약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필요한 곳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럼 약물전달시스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제일 먼저 등장한 약물전달시스템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입으로 먹는 것’. 바로 소화제 등의 의약품 설명서에 ‘경구투여’라고 쓰인 방법이다. 경구투여 일색이던 약물 전달은 1960년대 들어서면서 주사제, 1970년대에는 좌약, 1980년대에는 입과 코의 점막을 통해 흡수시키는 비강과 구강투여로 발전했다. 연고나 스프레이도 역시 약물전달시스템의 한 종류다.

이 같은 방식은 쉽게 사용할 수 있지만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는다. 소화·호흡·순환기관을 통해 온몸에 전달되기 때문에 아프지 않은 다른 부위에도 영향을 준다. 먹는 소염진통제로 생기는 위궤양이나 무좀치료를 위해 먹은 알약이 간에 손상을 입히는 것들이 대표적인 예다. 또 약효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이에 새로운 약 개발 못지않게 새로운 약물전달시스템이 필요해졌다. 예를 들어 암, 간염 그리고 류머티즘과 같은 질병을 고치기 위해 개발된 ‘단백질 치료제’는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꿈의 치료제라는 기대를 받고 있지만 단점이 있다. 이들을 경구투여하면 위 속에 있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재빨리 약물을 분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약물이 단백질 분해효소가 있는 위를 통과해 소장까지 이르려면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단백질을 고분자 물질로 둘러싸 분해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폴리에틸렌글리콜(PEG) 같이 분자량이 큰 수용성 고분자 물질을 단백질 치료제와 결합시키면 콩팥에서 배설되는 속도가 늦어질 뿐 아니라 고분자가 단백질 분자표면을 보호하기 때문에 단백질 분해효소가 공격하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몸 안에서 약효가 오랫동안 유지된다.

또 노인성 치매, 파킨슨 병 등 뇌신경에 이상이 생기거나 퇴행현상으로 발생하는 중추신경계 질병에 쓰이는 약물도 새로운 약물전달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이들 노인성 질환은 최근 들어 유전자를 이용한 치료 방법이 고안됐지만, 뇌에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뇌에는 외부에서 몸에 들어온 해로운 물질이 뇌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혈관-뇌 장벽(blood-brain barrier)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장벽이 없었다면 외부에서 들어온 독성물질 때문에 뇌가 쉽게 손상될 것이다. 하지만 이 장벽 때문에 치료를 위한 약물도 전달할 수 없다.

이를 위해 ‘단백질 전달체’를 사용해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이 혈관-뇌 장벽은 지질이 주성분이기 때문에 지질 용해도가 높은 단백질 전달체(Protein Transduction Domain, PTD)를 이용하면 이 장벽을 통과할 수 있다. 이 단백질 전달체는 뇌에 약물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세포막을 통과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단백질 전달체와 결합한 약물은 피부나 기도 등 아픈 부위에 직접 투약이 가능해서 간에 독성을 일으키는 등의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또 바이러스와 바이러스 모방체를 사용하는 약물전달시스템도 있다. 2006년 노벨생리학상은 RNA 간섭(RNA interference) 현상에 대한 연구에 주어졌는데, 이는 RNA간섭을 이용해 우리 몸을 치료할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세포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유전 물질인 DNA가 손상을 입어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때 약물로 넣어준 RNA 조각으로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파괴할 수 있다.

문제는 RNA 조각을 어떻게 세포에 전달하느냐는 것. 과학자들이 찾아낸 방법은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RNA 조각을 넣어서 세포를 감염시키면 바이러스가 RNA 조각을 세포 안으로 집어넣는다. 세포 속에 들어간 RNA 조각은 mRNA를 파괴한다. ‘병이 생기는 방식’을 모방해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이렇게 바이러스를 직접 사용하기도 하지만 바이러스를 모방해 만든 ‘크네델’(knedel)이라고 하는 나노 입자도 새로운 약물전달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폴란드 식 만두를 뜻하는 크네델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만두처럼 외피와 속 공간이 있어 빈 공간에 유전자 치료제를 넣을 수 있다.

크네델은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는 방식으로 세포 안에 들어가는데 직경은 10~100나노미터로 작아 신체 내 면역체계로 인해 파괴될 가능성이 적다. 크네델 입자 속에 유전자 치료제를 넣고 크네델의 표면에 단백질 전달체를 결합시키면 약물이 가장 접근하기 힘든 뇌세포 안쪽까지 유전자 치료제를 전달할 수 있다.

약물전달시스템의 발달로 약효는 뛰어나지만 부작용이 심하거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든 약물에 날개를 달게 됐다. 머지않아 크네델 입자나 바이러스를 사용한 관절염 치료제 광고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때쯤이면 아마 이효리, 보아 또는 장동건이 광고 모델로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글 : 이정모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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