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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정확한 시계는 얼마?' 글 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정확한 시계는 얼마?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7.01.24

조회수 4415

첨부파일 : No File!
지난 12월 미국 콜로라도대 준 예 교수팀이 스트론듐(Sr) 원자시계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스트론듐 원자시계는 현재 쓰이고 있는 세슘(Cs) 원자시계의 정밀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원자시계다. 아직은 세슘 원자시계 정도의 정밀도에 불과하지만 기술적인 보완이 되면 세슘 원자시계보다 훨씬 정밀하게 시간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시계의 표준이 되는 시계, 가장 정확하고 가장 정밀한 시계가 바로 원자시계다. 원자시계는 수십억분의 1초를 측정할 수 있고, 수십만 년에 1초 틀릴까 말까 할 정도다. 일상생활이라면 1초의 구분이면 충분할 것이고, 운동경기에서도 고작 100분의 1초로 승부를 가른다. 그럼 사람들은 왜 세슘 원자시계가 제공하는 수십억분의 1초의 구분도 부족해 더욱 정확한 원자시계를 만들려는 것일까?

초기에 원자시계는 지구의 자전으로 측정했던 부정확한 시간을 정확히 교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제 지난 2005년과 2006년 사이인 12월 31일 12시 59분 59초 뒤에 1초를 추가하는 일이 있었는데 원자시계와 천체시계의 오차를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지구의 자전은 계속 느려지고 있어 시간을 바로잡지 않으면 수천년 뒤 해가 떠있는데 시계는 밤을 가리키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자시계는 이런 표준시를 정의하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계가 정밀해질수록 한정된 시간을 보다 값지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정확하고 정밀하게 잴 수 있다는 것은 시간을 잘게 쪼개 쓸 수 있다는 의미다. 하나의 신호를 주고받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므로, 유․무선 통신을 할 때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정밀해지면 회선 하나를 많은 사람이 공유해서 쓸 수 있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TV화면은 겉보기엔 화면이 한 번에 뿌려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방송국으로부터 화면 한 점 한 점의 정보를 받아서 화면을 구성한다. TV에 달린 시계와 방송국에 달린 시계가 일치하지 않으면 화면을 재구성할 때 오류가 생긴다. 양쪽이 정밀한 시계를 가지면 같은 시간동안 더 많은 정보를 보낼 수 있다. 더욱 크고 선명한 화면을 방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으면 GPS(위성항법장치) 인공위성을 통해 위치도 정밀하게 알 수 있다. GPS 위성에는 정밀한 원자시계가 들어 있어 신호를 읽고 보내는 시각을 계산하는데, 이 시간 차이를 정밀하게 알수록 위치도 정밀하게 계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네 개의 GPS 위성으로부터 받은 신호를 조합하면 물체의 위치가 mm 단위로 정확하게 나온다. 이런 기술은 순항 미사일 같은 정밀 유도무기에 특히 중요하다.

그럼 이렇게 쓰임새 많은 원자시계는 어떻게 만들까? 모든 시계가 일정한 속도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을 이용해 만드는 것처럼 원자시계도 이런 현상을 이용한다. 다만 일반 시계가 기준으로 삼는 현상은 오차가 심하기 때문에 원자시계는 오차가 없는 현상을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원자시계는 원자가 일정한 진동수의 전자기파만을 흡수한다는 성질을 이용한다. 따라서 원자가 잘 흡수하는 전자기파의 진동수를 읽어 몇 번 진동했는지를 세면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현재 원자시계를 만드는 대표적인 원자는 세슘(Cs)이다. 세슘 원자가 흡수하는 전자기파가 91억9263만1770 번 진동할 때 걸리는 시간이 세계 표준에서 정의한 1초다.

원자 속에 있는 전자들은 특정한 에너지 상태로만 있을 수 있다.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화하려면 에너지를 두 상태 사이의 차이만큼만 흡수 혹은 방출해야 한다. 전자가 에너지를 얻으려면 전자기파를 흡수해야 하는데, 이 때 얻는 에너지는 전자기파의 진동수에 비례한다. 이 때문에 원자는 특정한 진동수의 전자기파만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진동수를 측정해 시간을 계산한다.

원자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정한 상태의 원자를 골라내거나 원자를 특정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재래식 원자시계는 자기장을 이용해 특정 상태의 원자를 골라내는 방식이지만 최근 원자시계는 원자를 아예 특정 상태로 만드는 방식을 사용한다. 재래식과는 달리 모든 원자들을 다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정확하다. 한 쪽 상태의 전자를 계속 퍼 올려 다른 쪽 상태로 몰아넣는 방식이기 때문에 ‘광펌핑 원자시계’라 부른다.

앞으로 원자시계는 더 정확하고, 더 작게 발전할 것이다. 더 정확한 원자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슘 원자 대신 더 높은 진동수의 전자기파를 흡수하는 원자를 사용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정확도나 정밀도를 좀 희생하는 대신 원자시계를 작게 만들기 위한 연구도 있다. ‘루비듐 원자시계’나 아주 작은 다이오드레이저를 사용해 만드는 ‘CPT 원자시계’ 같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CPT 원자시계는 손목시계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작다.

원자시계는 ‘시간은 금이다’는 속담을 가장 잘 실현시킬 수 있는 도구다. 원자시계가 정밀해질수록 시간을 적게 소모하면서 많은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해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닐 터. 새해의 시작에 원자시계의 정밀함과 함께 해시계의 넉넉함도 함께 가졌으면 좋겠다. (글 : 김흥진 기자 / 도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권택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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