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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 몸을 던진 과학자들' 글 입니다.

실험에 몸을 던진 과학자들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7.01.28

조회수 4806

첨부파일 : No File!
“어떻게 스승의 몸에 칼을 댈 수 있습니까?”
심하통(心下痛)에 걸려 죽은 유의태의 시신 앞에서 허준이 망설이자, 삼적대사는 “스승의 숭고한 뜻을 그르칠 셈이냐”고 다그친다. 이윽고 전신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허준이 떨리는 손으로 칼을 들어 카데바(실험용 시체)의 배를 그어 인체 내부를 들여다본 후 그림으로 옮겨, 이른바 ‘신형장부도’라는 것을 완성하게 된다. 이는 국민 드라마로 기억하고 있는 ‘허준’의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탕약과 침술이 전부였던 조선 시대에 사후 시신 기증으로 ‘외과 수술’이라는 획기적 의료 기술에 첫 발을 내딛게 되는 장면이다.

보통은 임상 실험 전 동물을 실험 대상체로 이용하지만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과학자들도 있다. 허준의 스승 유의태처럼 말이다.

오늘날 마취제가 없다면 치과에서 이를 뽑는다거나 외과 수술을 받는 것이 가능할까? 이런 고통스런 상상으로부터 해방 시켜준 사람이 호레이즈 웰즈이다.
19세기 중반 상류층 사이에서 은밀히 이뤄지던, 웃음가스(아산화질소, N2O)를 마시고 향락에 빠지는 파티에 치과의사였던 웰즈는 우연히 참석하게 된다. 아산화질소는 질산암모늄(NH4NO3)을 열분해 할 때 생기는 무색의 투명한 기체로 신체에 흡입되면 웃거나 낄낄거리며 기분이 매우 좋아지고 넘어지거나 물체에 찧어 피가 나고 멍이 들어도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환각제의 일종이다. 이를 본 웰즈는 직업적 정신을 발휘하여 치아를 뽑을 때 웃음가스를 흡입하면 고통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웃음가스를 흡입한 후 자신의 썩은 이를 고통 없이 뽑았고 이후 용기를 얻어 공개 실험을 감행했다. 하지만 마취를 시키기 위한 아산화질소의 양을 정확히 몰랐던 이 날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고, 이 방법은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웰즈는 인체의 전신 및 국부 마취를 위한 아산화질소의 표준량을 알아내기 위해 자신의 몸에 계속적인 아산화질소를 투여하여 약물중독과 정신이상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웰즈의 이러한 업적은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한 후 22년이 지나서야 미국 의학회에서 인정 받을 수 있었다. 자신의 몸을 내던진 생체실험을 통해 의학사에 있어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여는 순간이었지만 웰즈는 생전에 그 빛을 볼 수 없었다.

심장 카테테르가 가능하다고 믿었던 독일의 젊은 수련의 베르너 포르스만 역시 자신의 몸으로 실험한 과학자의 또 한 사람이다. 포르스만은 늑막강, 복막강 혹은 소화관이나 방광 등의 내용액 배출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고무 또는 금속제의 가느다란 관인 카테테르(Catheter)를 혈관을 통해 심장 속까지 찔러 넣어 심혈관계의 혈압과 성분을 측정하는 심장병 검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의학계에서 사람의 목숨과 연계된 심장에 이러한 바늘을 꼽는다는 것은 시도는 물론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일이라도 말이다.
결국 포르스만은 자신의 심장에 가늘고 긴 관을 64cm나 찔러 넣는 무모한(?) 실험을 감행했다. 그러나 심장까지 이어진 카테테르는 생명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고통 또한 없었다. 그는 심장까지 이어진 도관의 불편함을 뒤로 하고 자신의 흉곽과 심장의 엑스선 촬영을 통해 심장 카테테르가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시술을 성공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포르스만의 세계 최초 심장 카테테르는 심장학에 새로운 기원을 열었고 오늘날 심장계통의 질병으로 고통받는 수 백 만 명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 이러한 노고를 인정받아 포르스만은 그로부터 27년이 흐른 1956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인간의 체온은 항상 36.5℃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127℃의 뜨거운 방 안에 들어가 화상을 입는 것도 마다하지 않던 조지 포다이스, 식물의 소화 과정을 알아내기 위해 천주머니에 음식물을 꽁꽁 싸서 삼킨 후 ‘배설된’ 천주머니 속의 음식 맛을 봄으로써 위액을 밝혀냈던 라차레 스팔란차니,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질병 ‘베루가 페루아나’를 연구하기 위해 환자의 혈액이 묻은 외과 수술용 메스로 자신의 피부를 네 차례 찔러 스스로를 감염시켰던 다니엘 카리온 등 이렇게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더 나은 인류의 삶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그리고 희생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많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에 조의를 표하는 바이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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