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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우주에서 어떻게 자랄까?' 글 입니다.

식물은 우주에서 어떻게 자랄까?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7.01.30

조회수 4558

첨부파일 : No File!
지난 12월 19일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수행할 18가지의 우주과학실험이 정해졌다. 그중 하나는 우주에서 식물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이다.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분과 수분이 들어있는 ‘식물 성장 팩’에 씨앗을 심어 식물이 우주에서 어떻게 싹을 틔우고 자라는지를 관찰한다는 것이다.

우주를 여행할 영광을 안은 씨앗은 아직 결정되기 않았지만 토종식물인 콩과 벼가 유력하다. 특히 콩의 경우엔 1~2일만 길러도 콩나물이 쑥쑥 자라기 때문에 생장관찰을 빨리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사람도 가기 어려운 그 머나먼 우주에 왜 식물이 가는 걸까. 우주에서 식물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사실 식물이 우주에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0여 년 동안 많은 식물이 우주로 떠나 실험대에 올랐다. 식물 실험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주된 이유는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없애고 산소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현재 우주정거장에서는 산소를 얻기 위해 물을 전기분해하는 장치를 사용하고, 사람이 내뱉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한 장치도 따로 사용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식물은 보기도 좋고 설치도 간단한 아주 간편한 ‘공기정화’ 장치인 셈이다. 또 식물을 기를 수 있다면 먼 거리를 비행하는 우주인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의 바람처럼 콩과 벼가 쑥쑥 자랐으면 좋겠지만 우주는 태양복사에너지, 햇빛, 방사선 등 식물이 자라는데 영향을 미칠 변수가 많다.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는 중력이다. 식물은 지난 40억년 동안이나 중력이 작용하고 있는 지구에 맞게 계속 진화해왔다. 예를 들어 비행기에서 씨앗을 뿌리면 씨앗은 여러 방향으로 지면에 떨어지지만 싹을 틔울 때쯤에 원래 놓인 제각각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싹은 하늘을 향해 뿌리는 땅을 향해 자란다. 빛이 없는 곳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이런 성질을 식물의 ‘굴중성’(gravitropism)이라 부른다.

그럼 지구에서 자라던 식물이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 가면 어떻게 자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중력이 식물의 성장 방향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식물의 뿌리는 길쭉한 방처럼 생긴 세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아파트처럼 생겼다. 각 세포에는 전분을 포함한 색소체인 녹말과립이 들어 있다. 이 녹말과립은 세포의 밑바닥에 가라 앉아 있어서 세포에게 아래쪽 방향을 알려준다. 예를 들면 길쭉한 방 안에 녹말과립이라는 구슬이 들어 있어 방이 움직이면 구슬도 따라 움직여, 방이 어떠한 방향으로 놓이든 구슬은 아래쪽에 있는 것과 같다. 이런 녹말과립 덕분에 식물은 중력을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우주 환경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녹말과립이 세포 밑바닥에 있지 못하게 되고 세포 전체로 퍼진다. 구슬이 방안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되면 식물은 뿌리를 내릴 방향을 알 수 없어 더 이상 뿌리는 아래로, 줄기는 위로 자라지 않게 된다. 그래서 줄기와 뿌리가 사방으로 뻗으면서 자라게 된다. 이런 현상은 식물을 직접 재배하는 우주비행사의 육안으로 관찰이 가능하다.

또 식물 전체의 성장뿐만 아니라 식물을 구성하는 세포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포벽이 얇아지는 현상이 그 가운데 하나다. 식물세포는 동물세포와 달리 세포벽이 있다. 세포벽은 뼈가 사람의 몸을 지탱하는 것처럼 식물의 세포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는 세포를 지탱할 필요가 없어 세포벽이 점점 얇아지게 된다. 침대에만 누워 있는 환자의 뼈가 약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실제로 우주에서 자란 식물에서 세포벽을 구성하는 셀룰로오스와 리그닌이라는 물질이 지상에서 자란 식물보다 적은 것이 관측됐다.

식물이 생장하는데 필수적인 체세포 분열도 달라진다. 체세포 분열은 하나의 세포가 유전적으로 동일한 2개의 딸세포로 나뉘는 과정으로 세포의 복제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체세포 분열을 못하게 되면 성장도 못하고 상처의 재생도 불가능하다. 세포분열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생장점을 포함하고 있는 뿌리골무 부분을 자른 식물은 지구에서는 2~3일이면 재생되지만 우주에서는 전혀 재생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중력이 없으면 체세포분열을 할 때 염색체를 분리하는 방추사가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하나 이상의 핵을 가진 세포가 생긴다. 실제로 우주에서 싹을 틔운 귀리의 유식물은 지구상에서 발아한 유식물의 10분의 1정도밖에 정상적인 세포분열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식물은 우주에서 자랄 수 없는 것일까. 세포분열도 일어나기 힘들고 세포벽도 얇아지는 등의 타격을 받아 싹을 틔우지 못할 것 같아 보이지만 다행히도 싹을 틔운다. 더 나아가 그 식물이 자라서 다시 열매를 맺는, 식물의 한 생활주기까지 이뤄진다. 세포 하위단계는 정상적으로 발달이 안되지만 전체적인 생장과 발달은 가능한 셈이다. 1997년에 ‘우주 최초의 농부’로 불리는 마이클 폴 우주비행사가 러시아의 미르 정거장에서 이 실험을 했다.

실험에 쓰인 식물은 배추의 사촌격인 브라시카 라파(Brassica rapa Linnaeus)로 사람의 손으로 인공수정하기 쉬워 우주실험에 사용됐다. 브라시카 라파는 무사히 싹을 틔워 씨앗까지 맺었고 그 씨앗을 우주에서 다시 심은 결과 무사히 싹을 틔웠다. 하지만 지구에서 키웠을 때보다는 싹의 크기가 작았고 생장 속도도 느렸다. 그러나 이 실험은 우주에서 식물의 2세대까지 재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중력이 우주에서 식물이 자라는데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는 연구결과이기도 하다.

2008년 4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에 가져올 성과가 기대된다. 그 결과물을 잘 갈고 닦으면 앞으로 한국의 두 번째, 세 번째 우주인이 우주에서 콩나물 무침에 쌀밥을 먹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면 더 나아가 ‘우주논’에서 모내기를 하고 ‘우주밭’에서 추수를 할지도 모를 일이고. (글 : 김맑아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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