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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사진, 너도 뽀샵 처리했다며?' 글 입니다.

위성사진, 너도 뽀샵 처리했다며?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7.05.07

조회수 4683

첨부파일 : No File!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2호가 한반도를 촬영한 사진이 지난 4월 9일 공개됐다. 눈길을 단연 끌었던 건 평양시 사진이었다. 685km 상공에서 찍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피사체가 또렷했다. 평양시 대동강변에 있는 북한의 식당인 ‘옥류관’ 인근의 영상은 도로 위 차량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위성사진을 찍는 건 사실 간단치 않은 일이다. 지상을 촬영하는 위성은 대부분 아리랑 2호처럼 700km 안팎의 상공을 난다. 추락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초속 7.8km로 지구 주위를 돌아야 한다. 서울-부산 간 거리보다 1.5배 이상 먼 거리에서 총알의 10배로 이동하며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얘기다. 우주 공간의 변수와 촬영 과정에서의 지상 조건이 사진 품질에 커다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위성사진 촬영에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건 이 때문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숨을 참고 반 셔터를 누르거나 촬영된 영상을 이미지 편집소프트웨어로 다듬는 것처럼 위성 사진을 찍을 때에도 비슷한 노력이 필요하다. 위성사진을 잘 찍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과학자들이 좋은 위성사진을 얻기 위해 내놓은 근본적인 처방은 자세제어시스템(ACS, Attitude Control System)이다. 위성에 생긴 진동을 완화하는 장비다. 위성에는 매우 얇고 넓은 태양전지판이 달려 있어 위성 내부에서 작은 움직임만 일어도 요동이 커진다. 강렬한 태양빛을 받아 태양전지판이 변형돼도 진동이 생긴다. 우주 공간에는 공기 저항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발생한 진동은 수 분간 이어진다. 진동이 생기면 촬영지점을 카메라가 정확히 겨냥할 수 없다. 흔들리는 위성 탓에 서울을 찍으려다 대전을 찍을 수도 있다.

ACS를 구성하는 장치인 ‘휠’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다. 위성 내부에서 일종의 추 역할을 하는 휠은 진동이 발생하는 반대편에서 균형을 잡는다. 진동을 서서히 소멸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자세제어는 휠이 맡는다. 이밖에 소형 로켓을 분사해 자세를 바꾸는 방법도 있다. 공기가 가득 찬 풍선의 입구를 놓으면 추진력이 발생하는 원리다. 비교적 큰 자세교정이 필요할 때 사용된다.

ACS의 또 다른 구성 요소인 ‘별추적기’는 위성이 자세를 바꿀 때 기준점을 제시한다. 우선 위성항법장치(GPS)로 다른 위성과 교신하거나 지상에서 궤도를 추적한 데이터를 전송받아 현재 위치를 파악하면 별자리를 기준으로 위성이 머물러야 할 자리를 정하는 것이다. 양치기가 별자리를 보고 길을 찾는 것과 같은 원리다. 별자리는 위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위성을 개선하려는 노력과는 별개로 찍힌 영상을 실제에 가장 가깝게 수정하려는 노력도 있다. 위성이 건물이나 자동차 바로 머리 위에서 영상을 잡지 못하면 실제 모습과는 다른 촬영 결과가 나오는데 이 때 촬영물을 실제 상황에 맞게 조금씩 옮기는 것이다. 사전에 수집한 촬영지점의 측량 결과와 다른 위성이나 비행기가 찍은 사진이 활용된다. 다양한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왜곡된 사진을 실제에 가장 가깝도록 수정하는 것이다. 사용 목적에 따라 색깔을 바꾸거나 높이 데이터를 입력해 입체감을 넣기도 한다.

위성이 찍은 부분적인 사진을 이어 붙이는 ‘모자이크’ 기술도 있다. 기술적으로 위성이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사진의 폭은 15km에 불과하다. 가로 폭이 400km에 달하는 한반도 전체 사진을 얻으려면 위성이 우리 머리 위를 수십 번 오가며 촬영해야 하는 것. 여러 장의 천을 이어 붙여 옷을 완성하는 것처럼 부분적으로 촬영된 영상을 접합해 광범위한 지역이 담긴 사진을 내놓는 것이다.

‘모자이크’는 넓은 지역을 볼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지만 촬영 과정에서 지상의 조건이 달라지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아리랑 2호는 하루에 지구를 14바퀴 반 도는데 그 동안 지구도 자전하기 때문에 같은 지점을 다시 지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찍어야 할 위치에 왔을 때 날씨가 안 좋으면 촬영이 힘들기 때문에 다음 기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심할 경우는 수개월 전의 사진끼리 서로 모자이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인공위성을 많이 보유한 나라는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지역을 한꺼번에 촬영하는 방법을 쓴다.

위성으로 더 나은 사진을 얻으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연구진은 카메라가 장착된 부위와 구동기를 분리해 진동을 줄이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카메라 기술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아리랑 3호의 해상도는 70cm를 점 하나로 인식하도록 개발이 진행 중이다. 현재 운용 중인 아리랑 2호는 1m를 점 하나로 인식한다. 한반도를 바라보는 ‘눈’이 어디까지 밝아질지 궁금하다. (글 : 이정호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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