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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소퍼즐’, 판게아울티마' 글 입니다.

‘신의 직소퍼즐’, 판게아울티마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7.05.16

조회수 4475

첨부파일 : No File!
지난 1월 미국 뉴욕타임스는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내보냈다. 2억5000만 년 뒤 지구의 대륙이 뭉쳐 ‘판게아울티마’라는 초대륙을 만든다는 것이다. 판게아울티마는 ‘마지막 판게아’라는 의미다. 마치 도넛처럼 생긴 대륙 가운데 동그라니 자리 잡은 인도양의 모습이 이채로운 이 초대륙은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됐다.

판게아울티마라는 이름은 약 2억5000만 년 전 고생대 말의 초대륙 ‘판게아’에서 유래했다. 당시 대륙은 모두 모여 하나의 땅덩어리를 이뤘고 ‘판탈랏사’라는 거대한 바다가 판게아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그 뒤 판게아는 이후 갈라지고 붙기를 반복하며 현재의 대륙 분포를 만들었다. 이렇게 땅이 움직인다는 것이 유명한 알프레드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이다. 그리고 이 대륙들이 미래에 다시 하나로 모인다는 가설이 ‘판게아울티마 이론’이다. 대체 어떤 힘이 초대륙을 만들고 또 갈라놓는 것일까?

먼저 지구 내부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지구 내부는 고체 상태의 내핵, 액체 상태의 외핵, 무거운 암석층인 맨틀로 이뤄져 있다. 맨틀은 다시 약 650km 깊이를 경계로 상부맨틀과 하부맨틀로 나뉜다. 맨틀 위에는 단단한 지각이 있으며 맨틀 최상부와 지각 하부는 서로 맞닿아있다. 지각과 맨틀이 합쳐진 것이 ‘판’으로 현재 지구 표면을 구성하고 있는 판은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등 알려진 것만 10개가 넘는다.

맨틀의 하부는 핵의 열 때문에 온도가 높고 밀도가 낮지만 상부는 반대로 식어서 차갑고 밀도도 높다. 이 때문에 맨틀에서는 물질이 끊임없이 대류하고 있다. 고전적인 판구조론에서는 상부 맨틀에서 일어나는 대류 작용이 판을 움직이는 주요 요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지각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90년대에 등장한 이론이 ‘플룸 구조론’이다. 플룸은 핵과 맨틀의 경계면에서 상승하거나 맨틀 속으로 가라앉는 열기둥을 의미한다. 플룸 구조론에서는 하부맨틀과 맨틀-핵 경계부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대류가 판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본다. 생성된 지 오래된 해양판은 맨틀 속으로 들어가며 판을 잡아당기는데 이 힘이 판을 움직이고 대륙의 형태를 바꾸는 근원이다. 찰흙 덩어리를 양쪽에서 잡아당기면 중앙이 늘어나다가 어느 순간 뚝 끊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지각은 맨틀보다 가볍기 때문에 해양판에서 떨어져나간 지각들은 맨틀 안에 쌓인다. 하지만 덩어리들이 너무 많이 축적되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이것이 ‘차가운 플룸’(cold plume)이다. 차가운 플룸은 핵과의 경계면까지 떨어져 이 부분의 온도 분포를 뒤흔드는데 이 때문에 뜨거운 덩어리 즉 ‘뜨거운 플룸’(hot plume)이 생성돼 지표면으로 치솟는다. 플룸으로 인한 맨틀의 움직임 때문에 지구 표면의 판은 직소퍼즐처럼 맞춰졌다가 해체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플룸 가운데 유난히 규모가 큰 아프리카와 남태평양 밑의 플룸을 ‘슈퍼플룸’이라 부른다. 플룸의 규모와 판의 이동 속도에 따라 대륙의 변화 양상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원래 하나였다가 대서양을 중심으로 갈라진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대륙의 미래를 보자. 아프리카 대륙은 시계방향으로 회전해 앞으로 5000만 년 뒤 유라시아 대륙과 합쳐진다. 반면 남아메리카 대륙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다가 약 2억 년 뒤 아프리카-유라시아 대륙에 충돌한다. 서로 다른 방향과 속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만들어진 초대륙은 계속 유지될까? 얼핏 생각하면 서로 합쳐지는 방향의 힘끼리 만났으니 유지될 것 같지만 다시 갈라진다. 이를 설명하는 두 가지의 가설이 있다. 첫 번째는 초대륙을 이루는 대륙판 밑에 모인 열이 원인이라는 이론이다. 대륙판은 두껍기 때문에 지구 내부의 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밑에 고인다. 이 때문에 판이 조금씩 부풀어 오르다 깨어져 균열이 생기고 이 사이로 마그마가 흐르며 대륙을 갈라놓는다는 이론이다. 두 번째는 지구가 자전할 때 받는 큰 각운동량 때문에 판이 깨진다는 이론이다. 현재는 이 두 가설 모두 초대륙의 분리 원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질구조나 암석에 남은 증거를 봤을 때 초대륙은 약 5억 년 주기로 새로이 만들어졌다. 공교롭게도 판게아가 만들어졌을 때 지구상에는 가장 큰 규모의 멸종이 일어났다. 당시 존재했던 생물종의 95% 이상을 삼킨 ‘페름기 대멸종’은 대륙이 하나로 붙으며 생물들이 주로 서식하던 얕은 바다가 사라지고 내륙이 사막화되며 일어난 일로 추정된다. 판게아울티마가 등장하면 지구 생명체도 ‘라이프울티마’를 맞을지 모르는 일이다.

생명이 아직 탄생하기 전부터 지구는 판이라는 퍼즐을 계속 맞춰왔다. 먼 훗날 인류가 사라져도 지구의 내부는 활발히 움직일 것이다. 내핵마저 차갑게 식는 몇 십억 년 뒤까지 지구를 떠도는 땅의 조각들은 또 몇 개의 새로운 초대륙을 만들어낼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 거대한 대륙의 위용을 직접 감상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지질학자들이 추측하는 대륙 변화과정 (1) 5억1200만 년 전 고생대 캄브리아기. ‘로렌시아’라는 작은 대륙과 ‘곤드와나’라는 큰 대륙이 존재했다. (2) 2억5000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 대륙이 모여 초대륙 판게아를 만들었다. (3) 1억5000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 판게아가 분리돼 각각의 대륙을 이룬다. (4)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5대양 6대주의 모습. (5) 1억5000만 년 후. 대륙들이 다시 하나로 모이고 있다. (6) 2억5000만 년 뒤 초대륙 판게아울티마. 대서양이 사라지고 인도양은 대륙 내부에 격리된다. 그림출처 : Scotese, C.R., 2002, http://www.scotese.com, (PALEOMAP web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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