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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방울이 잠수함 잡는다!?' 글 입니다.

공기방울이 잠수함 잡는다!?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7.10.31

조회수 4953

첨부파일 : No File!
군사 전문가들은 현대전에서 가장 무서운 군사 무기 중의 하나로 잠수함을 뽑는다. 잠수함이 무서운 이유는 상대방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은밀성에 있다. 은밀하게 숨어 한 명씩 정확하게 사살하는 저격병처럼 잠수함은 은밀하게 숨어서 적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다. 그러나 이 무서운 잠수함에게도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어처구니없게도 작은 공기방울이다.

잠수함이 다른 무기에 비해 은밀성이 뛰어난 이유는 잠수함이 깊은 바다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물 밖이라면 망원경이나 레이더로 먼 거리에 있는 적을 탐색할 것이다. 하지만 깊은 바다는 다르다. 수심 150m 정도만 들어가도 태양빛이 전혀 도달하지 않고 오직 어둠만이 존재한다. 물 밖에서 적을 탐색하는데 유용하게 쓰던 망원경이 무용지물이 된다.

적의 비행기와 함정을 낱낱이 드러내는 레이더는 어떨까? 레이더의 기본원리는 전자파를 발생하여 반사되어 오는 파를 분석함으로써 적기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 하지만 물속에서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는 쉽게 산란돼 버린다. 레이더 역시 물속에서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물건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처럼 물속에서 움직이는 잠수함은 자연적인 ‘스텔스기’인 셈이다.

현재 잠수함을 찾아내는 유일한 방법은 ‘소리’ 뿐이다. 사실 이는 잠수함을 찾아내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잠수함이 깊은 바다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잠수함은 이런 면에서 박쥐를 닮았다. 박쥐는 어두운 동굴에 살며 시력이 거의 없지만 어두운 밤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닌다. 박쥐가 초음파를 내뿜을 수 있고, 초음파가 반사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민감한 귀를 가진 덕분이다.

잠수함도 마찬가지다. 영화 ‘U-571’이나 ‘붉은10월’ ‘유령’ 같이 잠수함이 등장하는 영화에는 헤드폰을 낀 군인들이 뭔가를 열심히 듣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잠수함의 귀가 돼 어둠 속에서도 주변 환경을 알게 해 주는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를 조작하는 장면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바다 어느 곳에서는 소리에만 의존하는 잠수함의 숨바꼭질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잠수함들은 상대방을 찾기 위해 귀를 최대한 크게 열어 놓으면서 동시에 상대방에게 걸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자신의 소리(소음)가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온갖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잠수함에서 나는 소음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나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 등이 잠수함의 소음이 된다. 그러나 잠수함에서 가장 중요한 소음원은 바로 프로펠러다. 잠수함이 움직이려면 프로펠러를 멈출 수 없기 때문에 잠수함이 움직이는 한 끊임없이 소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소나 전문가들은 프로펠러 소리만 듣고도 그 잠수함의 국적, 종류 같은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어낼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잠수함은 때로 동력을 끄고 해류를 타고 이동하거나 멈춰서 작전을 수행하기도 한다.

영화 ‘붉은 10월’에 나오는 최신예 핵잠수함은 다량의 핵탄두를 탑재하기도 했지만 (아직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최신예 추진기로 움직이기에 소음이 없어 ‘무적의 무기’가 됐다. 반대로 말해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잠수함 전력에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

왜 프로펠러가 돌 때 소음이 날까? 그 이유는 프로펠러가 돌 때 주위에 생기는 공기방울 때문이다. 이 현상을 공동현상(cavitation)이라고 부른다. 프로펠러가 고속으로 회전하면 주변의 유체 속도는 증가한다. 그리고 속도가 증가하면 압력이 감소한다는 베르누이의 법칙에 따라 프로펠러 주변의 압력은 낮아진다. 압력이 점점 낮아지다 포화압력보다 낮아지면 프로펠러 주변의 물은 액체에서 기체로 변하게 된다. 물이 수증기로 바뀌며 공기방울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프로펠러 주위에 생긴 수증기는 터지면서 큰 소음을 발생시키고 잠수함의 존재를 노출시킨다. 심지어 수증기가 터지면서 프로펠러 표면을 거칠게 만들거나 프로펠러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공동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프로펠러를 개발해서 완벽한 ‘스텔스 잠수함’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러시아 과학자들은 잠수함의 골칫거리인 이 공기방울을 이용해 무기를 만들었다. 바로 공동현상을 이용한 어뢰다.

어뢰는 잠수함이 다른 적 잠수함이나 군함을 공격할 때 쓰는 무기다. 물속에서 움직이는 어뢰는 물 밖의 미사일이나 함포보다 훨씬 느리다. 잠수함이 어뢰를 피하는 장면이 영화 속에 종종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어뢰의 느린 속도 때문이다. 그런데 공동현상을 이용해 느린 속도 문제를 해결한 ‘쉬크발’(Shkval)이라는 초고속 어뢰가 등장했다. 속도가 무려 300노트(550km/h)에 이른다고 하니 일반 어뢰(약 50노트)에 비해 6배나 빠르다.

쉬크발은 일반 어뢰와 달리 뒤쪽으로만 연소가스를 분사하지 않는다. 뒤쪽으로 90%정도의 가스를, 앞쪽으로 10%정도의 가스를 분출한다. 이 앞쪽으로 분출되는 10%의 가스는 앞쪽에 있는 물을 밀어낸다. 덕분에 이 초고속 어뢰는 일종의 공기방울에 둘러싸여 물의 저항을 덜 받고 공기 속을 진행하는 미사일과 같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다.

지금까지 공기방울로 발생하는 소리에 골치를 썩어 온 잠수함이 이제 공기방울을 이용한 초고속 어뢰까지 대비해야 될 처지가 됐다. 이쯤 되면 ‘공기방울이 잠수함 잡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글 : 유병용 ‘과학으로 만드는 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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