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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는 까치가 흉조(凶鳥)?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8.02.13

조회수 4764

첨부파일 : No File!

1989년 일간스포츠신문사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아시아나항공의 도움으로 까치를 제주도에 풀었다. 당시 제주도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길조(吉鳥)인 까치가 없었다. 전국 각지에서 포획한 까치 46마리는 해양 적응 훈련까지 시켜 제주도에 적응하게 했다. 당시 언론은 ‘이제 제주도에서도 까치 울음을 들을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까치는 제주도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표적인 주범이 됐다. 2007년 국립환경과학원은 제주까치를 ‘생태교란야생동물’로 지정할 것을 권고했을 정도. 왕성한 번식력으로 까치는 2006년 기준으로 3200여 마리로 번식했다. 감귤 농사를 망치고, 다른 조류의 알과 파충류를 포식하면서 제주도 고유 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길조가 순식간에 흉조(凶鳥)로 바뀐 셈이다.

이처럼 외래 생물은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본래의 서식 환경에서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많은 동식물이 고의로든 우연히든 간에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지면서 농업이나 재래종의 서식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래 생물로 인한 피해가 세계적으로 수천억 달러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지난해 5월 환경부가 조사한 국내 외래동물 현황에 따르면 총 607종의 외래종이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류가 147종으로 가장 많다. 이 중 황소개구리, 파랑볼우럭(블루길), 큰입우럭(배스), 붉은귀거북 4종은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라 우리 생태계를 가장 어지럽히는 생태계 교란 동물로 정해졌다.

황소개구리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도입해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대표적 예다. 황소개구리가 이 땅에 서식하게 된 것은 1973년이다. 우수 경칩 때면 몸에 좋다는 개구리를 잡기 위해 산골짜기를 찾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정부는 북미산 식용 황소개구리 200마리를 일본에서 수입해 2년간 무려 31만여 마리로 증식시켰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개구리는 황소개구리가 아니라 동면을 막 끝낸 재래종 개구리였다. 결국 황소개구리는 사료만 축내는 골칫거리로 전락해 하천에 방류됐다. 한번에 1만~2만5000개의 알을 낳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현재 전국 수계의 84%에 달하는 210개 수계에 서식하면서 곤충, 게, 심지어 뱀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며 토착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다행히 요즘은 황소개구리가 대형조류의 먹잇감이 되면서 개체수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북미산 물고기 파랑볼우럭과 큰입우럭도 ‘식량자원 증산’ 차원에서 도입해 번식시킨 예다. 번식력이 높은데다 잡식어종인 이들 물고기는 새우, 물고기, 수서곤충 등 움직이는 수생생물은 거의 포식해 토종 물고기의 개체수를 끊임없이 줄이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경우 호수의 파괴자인 블루길을 ‘먹어서 없애자’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을 정도. 튀김, 칠리소스 무침, 마리네이드 등 다양한 요리법을 소개하면서 블루길을 없애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2001년까지 종교단체에서 수입해 수백만 마리를 방생한 미국산 붉은귀거북 또한 마찬가지다. 붉은귀거북은 피라미, 붕어, 미꾸라지 등을 마구 잡아먹어 토종 어종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국내에는 천적조차 없는 동물이어서 그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이 밖에도 이스라엘잉어(향어) 등 생태계 교란 우려 어종(13종)이 하천생태계의 균형을 크게 깨뜨리고 있다.

외래종의 종류는 동물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땅에 자라고 있는 외래식물은 약 40과(科), 287종이나 된다. 특히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등 6종은 야생동식물보호법에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야생식물로 분류됐다. 여기 속하지는 않지만 가시박, 쇠채아재비도 번식이 워낙 빨라 손쓰기 힘들다. 국내 자생종이 자라던 자리에 귀화식물이 들어오면 자생종은 제대로 번식하지 못한다. 자생종은 번식력이 강해진 귀화식물과 경쟁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 군수물자에 섞여 들어온 것으로 추측되는 단풍잎돼지풀은 1970년대부터 확산되기 시작해 점점 전국으로 세력을 넓혀갔다. 단풍잎돼지풀은 한번 번지면 다른 풀이 자라나지 못해 초지 조성을 방해하며, 심지어 꽃가루병까지 일으킨다.

서양등골나물은 다른 귀화식물과 달리 소나무나 아카시나무 그늘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어린 나무의 생장을 가로막는다. 그 탓에 애기나리, 남산제비꽃, 둥굴레, 맥문동 같은 토박이 풀이 사라져가고 있다.

언뜻 보면 오이넝쿨처럼 보이는 가시박 넝쿨 또한 호숫가 주변을 덮으며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다. 가시박은 햇빛을 가려 나무나 작물의 광합성을 방해해 다른 식물의 성장을 막는다. 환경단체에서는 해마다 수백톤 규모의 가시박을 제거하지만 일반 식물의 20~30배, 심한 경우 1500배까지 퍼져 나가는 왕성한 번식력은 감당하기 힘들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동ㆍ식물은 대부분 인간이 특별한 목적을 갖고 들여온 것들이다. 해당 동식물 입장에서는 인간의 무지함 때문에 오명을 뒤집어 쓴 셈이니 억울할 만하다. 국제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농산물, 목재 등 다양한 상품에 붙어 들어오는 외래 생물은 점점 늘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는 ‘생태계 교란종’은 바로 인간이 아닌가 싶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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