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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뜨거운 물질을 담는 가장 차가운 그릇' 글 입니다.

가장 뜨거운 물질을 담는 가장 차가운 그릇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8.06.02

조회수 4747

첨부파일 : No File!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끊임없이 엄청난 빛과 열을 내고 있는 태양에너지이다. 그러면 태양이 그렇게 엄청난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원리는 무엇일까? 바로 태양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핵융합반응이다. 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인 수소 원자핵들이 서로 밀어내려는 핵력을 이겨내고 융합하여 헬륨 등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반응과정에서 원소들의 질량이 줄어든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인 E=mc²에 의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변환된다.

과학자들은 인류의 에너지원으로 태양에너지와 같은 원리인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태양에서와 같이 지구에서도 핵융합반응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하지만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도전이었다. 문제는 핵융합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가 필요한 데 이러한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어떻게 가둘 것인가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1억도 이상의 고온을 견딜 수 있는 재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핵융합반응을 위해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어떤 물질에 직접 접촉시키지 않고 공간에 가두는 방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플라즈마가 전기적 특성을 가진 점에 착안하여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하면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을 제어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자석을 이용해 만든 핵융합 장치 ‘토카막(Tokamak)’을 발명하게 되었다. 원래 토카막은 도넛츠 모양의 자장이 있는 상자란 의미를 갖는 러시아어의 줄인 말이다. 1970년대 초반부터 선진국들은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토카막을 건설하여 본격적인 핵융합 연구를 시작하였으며, 1990년대부터 초전도기술이 접목된 초전도 토카막을 통해 핵융합에너지를 인류의 미래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는 늦게 출발했지만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 바로 한국의 태양이라 불리는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를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1995년 12월말에 시작하여 2007년 9월까지, 11년 8개월 만에 완공된 KSTAR가 얼마 전 영하 268도의 극저온 냉각 시운전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1억도 이상의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둔다는 핵융합장치를 영하 268도로 냉각하다니, 왠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KSTAR처럼 최근 건설되는 핵융합장치에 적용된 초전도 자석을 이용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초전도란 어떤 종류의 금속이나 합금을 절대영도(0 K:-273℃) 가까이 냉각하였을 때, 전기저항이 갑자기 소멸하여 전류가 아무런 장애 없이 흐르는 현상이다. 기존의 일반 구리로 만든 전자석을 활용한 토카막장치는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기 위해 높은 전류를 흘리면 전자석의 전기 저항 때문에 엄청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장치를 오랫동안 가동할 수 없었다. 이 결점을 보안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전기 저항이 0인 초전도 자석을 적용한 초전도토카막 장치이다. 그래서 KSTAR 장치를 쉽게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물질을 담는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그릇”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실제로 KSTAR에는 30개의 자석 모두가 초전도 자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중량이 약300톤에 가깝다. 특히, Nb₃Sn(니오븀주석)이라는 최고 성능의 초전도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 규모의 초전도 자석을 극저온 운전온도인 영하 268도까지 내리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완전한 초전도 상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열 침입이 없도록 장치 전체가 완벽한 진공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초전도체가 수축되도록 모든 자석에 초임계 헬륨을 주입하여 서서히 온도를 낮춘다. 균열이 발생하거나, 틈새가 생겨 진공누설이 생기게 되면 냉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초전도 토카막을 완성한 나라들이 냉각 시운전을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하고 중간에 보수 작업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했던 것은 그만큼 극저온 냉각과정이 기술적으로 까다롭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온도를 내릴 때 핵심적인 기술은 어느 정도의 냉각 속도로 어떤 온도 분포를 유지하면서 온도를 내릴 것인가이다. KSTAR에서는 냉동능력과 자석구조물의 수축 응력을 고려하여 운전온도인 4.5K(-268℃)까지 내리는데 약 한달 가량이 걸렸다.





KSTAR의 이번 냉각 시운전 성공은 “세계 최대 규모의 초전도 토카막의 극저온 냉각 달성” 이라는 신기록을 세웠으며, 특히 시운전 과정에서 초전도 자석의 냉각을 저해하는 심각한 누설이나 장치의 결함 없이 시운전이 중단되지 않고 단번에 완료한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되었다. 마침내 KSTAR의 설계·제작·조립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것이고, 핵융합 연구 분야에서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성과로 인정받게 됨을 의미한다.

KSTAR의 성공적인 냉각 시운전 소식은 우리를 핵융합에너지 시대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게 했지만, 아직 핵융합 상용화 발전단계까지 남아있는 숙제는 여전히 많다. 먼저 KSTAR가 중점적으로 풀어야 하는 숙제로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플라즈마 운전기술이 연구되어야 한다. 그리고 핵융합 반응율을 높이기 위해 플라즈마를 가열하는 연구도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를 통해서는 연속적인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는 연소 플라즈마 운전기술에 대한 연구가 중점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핵융합반응에서 나오는 중성자의 에너지를 실제 전기 생산이 가능한 열에너지로 바꾸는 동력변환기술도 함께 연구되어야 할 과제다. 또한 핵융합발전의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재료 물질이나 건설방식도 개발되어야 한다. 핵융합연구자들은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면 2040년대쯤에 핵융합발전이 가능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핵융합연구자는 납을 금으로 바꾸려 했던 중세시대의 연금술사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지배하는 문명과 미래 문화패턴을 미리 대비하는 미래 과학기술자들이다. 경제성만을 쫓아 모두 현실적인 길만을 선택해서 나아가기 보다는 미래를 위한 준비로 핵융합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꿈의 에너지의 시대를 열기 위해 핵융합연구자들은 오늘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 : 박주식 KSTAR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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