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일반인들은 콘크리트 속에 여러 가지 화학 물질이 첨가된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안전한 주거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에 대한 이해와 감시가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은 콘크리트 속에 숨은 많은 과학 이야기를 다루어 보자.
콘크리트는 모래와 자갈, 시멘트, 물 등을 섞어 만드는 것을 말한다. 자갈과 모래는 아무리 섞어도 서로 결합하지 않는다. 여기에 접착제 역할을 하는 시멘트와 물을 첨가하게 되면, 시멘트가 물에 의해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자갈과 모래 사이를 튼튼하게 결합시킨다. 이 시멘트는 '접착하다, 붙이다'라는 뜻으로 주성분은 석고, 석회, 실리카, 알루미나, 산화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멘트의 역사는 무려 5000년 전의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피라미드를 만들 때 석고를 태운 후 모래와 섞어 모르타르를 만들었다고 한다. 요즘 사용되는 시멘트는 포틀랜드 스톤과 시멘트의 색이 비슷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일명 포틀랜드 시멘트인데 1824년 영국의 조셉 에스피딘이 발명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노다 시멘트회사가 1919년 12월에 평양 교외에 공장을 세워 제품을 생산한 것이 시초였다.
건물을 지을 때 많은 과정 중에 콘크리트 작업이 가장 많은 노력이 들고 그만큼 비중이 크다. 콘크리트 작업은 자갈과 모래, 시멘트가 잘 섞여야 하고, 이 모르타르가 거푸집 속에 잘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고층 건물을 지을 때는 높은 곳까지 모르타르를 손쉽게 올려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모르타르를 만들 때는 가능한 한 물을 적게 넣어야 한다. 물이 많이 들어가면 시멘트와 자갈, 모래가 분리되어 콘크리트의 강도가 약해진다. 반면 물을 적게 넣으면 모르타르가 너무 걸쭉해져서 거푸집에 잘 들어가지 않게 되고, 특히 아파트와 같은 고층건물을 지을 때 높은 곳까지 펌프로 모르타르를 올려 보내는 것이 어렵게 된다.
일부 불량 건축업자들은 모르타르에 다량의 물을 섞어서 묽게 만들어서 콘크리트 작업을 하곤 하는데, 이런 경우 건물에 금이 가거나 콘크리트가 쉽게 부서지는 등의 부실 공사가 되고 만다.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르타르를 만들 때 물을 적게 넣어도 콘크리트를 묽게 해주는 혼화제(시멘트나 콘크리트에 그 특성을 보다 좋게 할 목적으로 섞어 쓰는 화학물질) 중의 하나인 감수제를 섞어주어야 한다. 즉 모르타르에 이 감수제를 넣으면 적은 양의 물을 섞어도 모르타르가 묽어지면서도 모래, 자갈, 시멘트 등이 고루 섞이고 높은 곳으로 퍼올리기도 손쉽게 된다.
여기에다 콘크리트에 균일하게 미세한 공기 주머니를 만들어 주는 혼화제(공기연행제)를 함께 쓰면 콘크리트가 겨울에 수축하고 여름에 팽창하는 것에 대해 완충작용을 해주어서, 계절의 온도 변화 때문에 금이 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신축 아파트에 입주할 분들은 이 혼화제 사용 여부만 체크하면 부실공사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
이들 외에도 '똑똑한' 콘크리트를 만들어 주는 여러 혼화제들이 있다.
우선 터널 등의 경사가 진 곳에 콘크리트 작업을 할 때는 시멘트를 빨리 굳게 해주는 혼화제(급결제)를 넣어주면 콘크리트의 굳는 시간을 크게 줄여 흘러내리거나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것은 심지어 5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도 굳도록 조절할 수 있어서, 특히 복구작업 등에 유용하다.
물속에 잠긴 교각이 파손된 경우 분리저감제라는 혼화제를 첨가하면 수중에서도 보수 작업이 거뜬하다. 분리저감제는 수중의 흐르는 물에 의해 시멘트와 골재가 서로 분리되는 것을 막아준다. 심지어는 셀프 레벨링이라 하여 저절로 바닥을 편평하게 해주는 혼화제도 있다. 이 똑똑한 콘크리트 덕에 지하 주차장 등에 세워 놓은 자동차가 저절로 굴러가거나 하는 일은 사라졌다.
이와 같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면서 보는 여러 건축 및 토목공사 현장에도 똑똑한 콘크리트와 같은 많은 첨단 과학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양대 화학과 교수 청소년 과학기술진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