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일주문에는 무게를 분산시켜 떠받치는 역학적인 지혜가 들어가 있다. | |
금정산 자락의 범어사는 부산 시민들이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즐겨 찾는 곳이다. 범어사에 들어서면 처음으로 만나는 일주문의 기둥은 역학적으로 어떻게 기와의 무게를 지탱할까. 부산과학기술협의회에서 개최하는 전통과학대학에서 지난 22일 범어사의 문화재에 숨은 과학적 구조들을 들여다 봤다.
범어사 일주문은 높이 1.45m의 돌기둥 네개를 일렬로 배치하고 그 돌기둥 위에 다시 높이 1m의 나무기둥을 올려 균형을 잡고 있다. 외국의 한 건축학자가 일주문을 보고 '이런 구조라면 계산상 무너져야 하는데 수백년을 버틴 이유를 모르겠다'고 감탄을 연발했다고 한다. 일주문 지붕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전통과학대학 강의를 맡은 부산남고등학교 조오근 교사는 대략 60t으로 잡고 있다. 기와가 1장에 5㎏으로 계산해 2000장이 쓰여 10t, 흙과 석회 등이 10t, 부재와 목구조물이 38t에 달한다.
태양의 복사에너지를 활용하는 조상들의 열역학적 지혜가 숨어 있는 범어사 대웅전. | |
보물로 지정된 범어사 대웅전의 구조에도 조상들의 열역학적 지혜가 숨어 있다. 대웅전의 처마는 비바람을 막으면서 태양의 복사에너지를 활용하는데 쓰인다. 처마의 깊이는 하지와 동지의 태양 남중고도에 맞춰 설계되어 있다. 또 지붕의 기와와 흙은 여름에 열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 단열효과를 내고 있다.
전통과학대학에서는 또 해운대 누리마루에 숨은 전통 한옥의 흔적도 찾아봤다. 누리마루를 외부에서 바라보면 초가집을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곳곳에 기와집의 역학적 장점을 본따 지은 흔적이 있다. 바깥에서 보면 한옥의 외출목 형태의 구조물을 사용해 지붕을 떠받치고 있고 3층 입구를 들어서면 좌우에 대들보 모양의 목재가 서까래 역할을 하게 만들어 한옥의 건축수법을 혼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