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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O와의 만남 <17> 박윤소 ENK 회장' 글 입니다.

CTO와의 만남 <17> 박윤소 ENK 회장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7.12.27

조회수 4246

첨부파일 : No File!

[국제신문] 2007년 12월 27일(목) 16면

 

'약속경영'·'분담문화' 양 날개로 수소에너지 시대 제2비상
선박 소화장치·천연가스차 용기 '독보적'
모기업 NK는 환경산업 분야로 특화
사내 '무인 자동금고' 약속경영 상징
철저한 '小사장제' 기술경영 꽃피워

 
  ENK가 150억 원을 들여 자체 개발한 천연가스(CNG) 차량용 압축용기의 구조도.
'그릇'은 물을 담든, 쌀을 담든 담아둔 물건이 상하지 않게 보관하고, 필요할 때 바로 사용할 수 있어야 소용이 있다. 즉, 신뢰성을 기본으로 한다.

일정한 모양과 부피를 갖지 않는 기체를 압축시켜 담아놓는 그릇인 고압가스 용기(容器)의 신뢰성은 사용자의 생명과도 직결된다. 따라서 흔히 가스탱크라고 부르는 기체 저장용 압력 용기는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하며, 내용물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해도 제조업체를 믿고 사용하는 약속과 신뢰를 생명으로 한다.

국제신문과 부산과학기술협의회가 주최한 '제17회 최고기술경영자(CTO)와의 만남'에는 선박과 천연가스 차량에 사용되는 고압가스 용기와 소화설비 제조분야, 즉 기체를 담는 그릇을 만드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과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주)ENK의 박윤소 회장이 강연자로 나왔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부산의 대표적 CTO인 박 회장은 지난 20일 부산 제조업체들의 새 보금자리인 강서구 지사과학단지 내 7만6000㎡의 넓은 터에 자리 잡은 ENK의 회의실에서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는 조성제 BN그룹회장과 이백천 (주)바이넥스 회장, 김강희 (주)동화엔텍 회장, 이동형 스타코(주) 사장, 서승오 대양전기공업(주) 사장, 임병문 성신신소재 회장 등 CTO 회원들과 진강규 한국해양대 교수, 하배진 신라대 의생명과학대학장, 정의덕 하이테크부품소재연구센터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사회는 리노공업(주)의 이채윤 사장이 맡았다.


ENK는

ENK는 '에너지기술로 한국의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뜻이 담긴 'Energy Next Korea'의 약자이다. 선박용 소화장치 시장점유율 세계 1위, 천연가스자동차용 CNG(압축천연가스) 연료용기 아시아권 최초 개발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 1억 달러 수출탑을 받은 박 회장이 건립한 6번째 공장이다. 이 공장은 곧 막을 올릴 수소에너지 시대, 구체적으로 하이브리드카 시대를 겨냥한 수소에너지 저장용기를 생산하기 위해 세웠다.

오는 2010년, 수소에너지 저장용기의 세계시장 규모는 5조 원, 국내 시장은 7500억 원으로 추정된다. ENK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미 액체수소의 저장과 수송에 필요한 LH2 저장용기의 개발을 끝냈다. 지난 2005년 착공에 들어간 ENK 공장도 지난 7월부터 부분가동 중이다. 내년 3월이면 공장내 모든 기계와 설비를 정밀 자동화시키는 컨트롤 시스템이 구축된다. 공정개선과 자동화로 7만6000여㎡에 이르는 넓은 공장과 6개 라인을 불과 150명의 직원이 3교대로 움직이고 있다.

박 회장은 ENK의 모태인 부산 사하구 신평동 (주)NK, 녹산 제2공장, 경기도 오산의 (주)NK텍 등 국내 4개 공장과 중동지역 현지 합작회사인 이란 SANKA, 중국 상하이 보산공단 공장 등 해외 2개 공장에서 올해 30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6개 공장의 임직원은 모두 550여명이다.

그는 "선박용 소화기 등 조선기자재 중심의 NK는 친환경산업 부문으로, ENK는 대체에너지산업 전문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NK가 차세대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고, NK는 현재 각종 소화기에 사용되는 이산화탄소(CO₂)를 대체할 청정소화제인 질소가스(N₂) 소화용기와 해양환경오염 방제장치 개발로 환경산업 분야를 일구겠다는 것이다.

선박용 소화장치로 시작해 천연가스차량 용기 제작을 거쳐 미래 수소에너지 시대에 대비하고 있는 박 회장의 비전처럼 지사과학단지에 세워진 ENK의 외형은 이미 중소기업의 단계를 뛰어 넘고 있었다.


박윤소는 누구

 
  지난 20일 부산 강서구 지사과학단지 내 (주)ENK의 회의실에서 열린 '제17회 최고기술경영자(CTO)와의 만남'에서 ENK 박윤소 회장이 '약속 경영'과 '분담 문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자신의 경영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박 회장은 1941년생이다. 당시엔 모두가 어려웠지만 태어난 지 1년 만에 아버지를 여읜 그는 더욱 외롭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경북 문경의 할아버지 댁에서 어머니 형 누나와 함께 생활했다. 서당을 열어 한학을 가르치던 할아버지는 언문(한글)은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어머니가 삼남매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데도 애를 먹었다.

간신히 초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문경중학교에 합격했지만 학기 납부금을 제때 내지 못해 중도에 포기하고 농사일을 거들었다.

이때 어머니와 선생님의 격려로 어렵게 학업을 계속해 한양대 공대에 입학한 뒤에는 과외를 하는 한편 명동 입구에서 책을 파는 노점, 야간 방범대의 총무 등을 하며 학비를 마련했다. 대학 시절, 배가 고파 헌책방에 팔았다가 6개월 만에 돈을 벌어 되 산 '열역학' 책을 박 회장은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ROTC 장교로 5년 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8년간 근무했던 박 회장은 1980년 부산 학장동에 남양금속공업사를 창업했다. 당시는 오일쇼크로 경제가 어려워 성공을 기약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일자리를 구하는 좋은 인력들이 많았기에 같이 일하면 되겠다는 마음으로 30여명을 모아 회사를 세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소방호스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그 시절, 선박용 문고리부터 철외장재까지 온갖 것을 만들며 고압 소화용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지 28년 만인 올해, 그는 수출 1억 달러 고지에 올라섰다.


경영방침과 신념

박 회장은 '약속 경영'과 '분담 문화'를 기업의 가치로 내세운다.

모든 일의 시작과 결과는 약속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또 약속은 주고 받는 것이 정확해야 지켜지기 때문에 '분담'을 중요시 한다. 사내의 업무도 열처리, 절단, 조립, 도장 등 부문별로 명확한 작업 표준서와 공정관리가 있어야 서로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품질과 납기 등 제품에 대한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이를 지켜왔다.

약속을 지키는 것을 선(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악(惡)으로 여긴 공자의 말씀을 그는 직원들에게 강요가 아니라 '희망의 약속'을 통해 이뤄냈다.

첫번째 약속은 가불 문제였다. 회사가 설립된 1980년대는 국내 경제 악화로 직원은 물론이고 부인들까지 회사에 찾아와 경리직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가불을 해야 생활이 가능했다. 그 때, 박 회장은 금고를 구내식당으로 옮기고 매일 100만 원의 현금을 개인 돈으로 넣어뒀다. 그리고 직원들이 필요한 돈을 사용한 뒤 갚도록 했다. 15년간 운영된 이 무인자동금고는 사원들이 빌려간 돈과 남아 있는 잔금이 한번도 틀린 적이 없는 '양심과 약속의 박스'였다.

'내집 마련'도 약속했다. 당시 생산직 직원들 가운데 자기 집을 가진 이는 거의 없었다. 직원들의 어려운 생활을 알기 위해 달동네를 직접 찾아다니기도 했던 박 회장은 사원주택 마련을 위해 '주택사업자 우선 분양'이라는 규정을 바꾸고자 건설부를 수십 차례나 방문하고 토지공사 사장에게 수없이 탄원서를 올렸다. 그러한 정성으로 1991년 사하구 다대동 택지개발지역에 사원임대주택과 아파트(남양마을) 66세대를 건립해 사원들의 내집 마련 꿈을 실현시켰다.

분담 문화는 일본의 한 철강회사에서 배웠다. 회사 설립 초반인 1982년 한·일 조선업계 사장단 모임에서 소개받은 이 회사를 방문한 그는 낡은 철공소 건물에 관리직을 포함해 19명 밖에 되지 않는 직원들이 연간 22억 엔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격했다. 다음날 작업복을 빌려 입고 모든 공정에 직접 참여한 그는 자동화와 작업표준서대로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고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직원 각자의 업무역할과 공정관리를 체계화시켜 왔다.

또 IT 기술을 응용한 설계 자동화 프로그램을 독자 개발하는 등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으로 2001년 전국 품질경쟁력 50대 기업 중 중소기업부문 최우수 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분담 문화는 소사장제로 연결됐다.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소사장제는 분담의 원칙에 따라 철저히 전문화된 기술사장제도로 현재 30여명이나 된다. 공학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그는 2003년 중소기업 소사장제의 경영성과에 대한 논문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직원과 고객에 대한 약속, 그리고 분담 문화를 바탕으로 기술경영의 꽃을 피우고 있는 박 회장은 청년들과 젊은 기업인들에게 "무엇이든 작은 것에라도 몰입하라"고 강조했다. 몰입을 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영광의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지역 기업들에게 교류의 장을 마련해주기 위해 2005년 부산신기술협회를 창립, 회장을 맡고 있는 박 회장은 부산상의 과학기술분과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손동운 과학문화연구소장 dwsoh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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