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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O와의 만남 <18> 허인구 DSE 회장' 글 입니다.

CTO와의 만남 <18> 허인구 DSE 회장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8.03.10

조회수 4373

첨부파일 : No File!

[국제신문] 2008년 2월 5일(화) 17면

 

'분산과 지속' 철학 고집, 기술도 인재도 세계 일류로
내구성과 방수·방진 효과 탁월한 전기·전자 플라스틱 박스 생산
10여년만에 동종 업계 세계 1위
해운대관광고 이사장 대 이어 맡아 관광서비스 분야 전문 인력 길러내

수년 전까지 비가 내리는 날이면 가로등이 정전되는 경우가 많았다. 빗물이 가로등의 전기단자함에 스며들어 합선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도로나 각종 공장과 다리 부두 선박 등에 설치된 전기·전자 단자함은 빗물이나 먼지로 인해 정전은 물론 인명피해까지 일으키는 안전사고의 주범이었다.

이음새가 맞지 않아 흉물스럽던 철제나 저급 합성수지 단자함들이 최근에는 산뜻한 플라스틱 박스로 바뀌면서 전기안전사고도 크게 줄어들었다. 간단한 것 같지만 전기·전자용 플라스틱 박스가 국산화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부산의 향토기업인 DSE가 1990년 국내 최초로 독자모델을 개발하면서 국내 저급 제품과 값비싼 수입제품을 대체시켰다. DSE는 현재 국내 전기·전자 플라스틱 박스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또 동종분야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국제신문과 부산과학기술협의회가 주최한 '제18회 최고기술경영자(CTO)와의 만남'에는 부산 사하구 장림동 DSE의 허인구 회장이 강연자로 나왔다. 강연회는 지난달 28일 허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부산 해운대구 우1동 해운대관광고등학교의 관광정보시스템 실습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본사 송석구 사장과 BN그룹 조성제 회장, 신재철 거성ENG건축사 회장, 최범영 이원솔루텍 대표, 김강희 동화엔텍 회장, 박풍자 용원그룹 회장, 이동형 스타코 회장, 임병문 성신신소재 회장과 하배진 신라대 의생명과학대학장, 전호환 부산대교수, 이영애 부산시교육청 과학기술과 장학관, 안흥모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추진본부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사회는 리노공업의 이채윤 사장이 맡았다.


허인구 회장은

 
  허인구 회장은 집중보다는 분산을 통해 자신이 각각 대표와 이사장으로 있는 회사와 학교가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하기자 kimdh@kookje.co.kr
세계 1위의 전기·전자용 플라스틱 박스업체를 운영하는 허 회장이지만 그에게 세상은 '선택과 집중'의 대상이 아니었다. '분산과 지속'이 그의 경영철학이자 삶의 지향점이다. 모든 힘을 한 곳에 투자할 때 우려되는 불투명한 미래를 그는 원치 않는다. 집중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키고, 분산된 개별적 힘으로 제각각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가치를 창출토록 하겠다는 것이 그의 경영방식이다. 그러므로 DSE는 동종분야 세계 최고의 업체이지만 그에게는 분산된 하나의 기업일 뿐이다.

'분산'에 대한 허 회장의 집착은 청년기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의 부친은 1960년대 식용유와 효소, 카본 등 굵직한 제조업으로 사업을 크게 일으켰다. 그러던 중 부도가 발생했다. 허 회장은 부친의 옆에서 사업의 성공과 몰락 과정을 모두 지켜보며 자랐다. 회사가 망할 때 종업원들이 받는 고통과 사회적 책임을 뼈저리게 느낀 그에게 사업은 언제나 두려운 존재로 남아있다.

허 회장은 DSE를 설립한지 10년도 되기 전에 동종업계 세계 최고의 회사로 만들었지만 그의 힘의 3분의 1만 회사에 넣어두고 있다. 나머지 1/3은 선친의 대를 이어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해운대관광고에, 다른 1/3은 부동산 등 안정된 자산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업체와 학교, 자산 등 3개 분야로 힘을 분산시킨 그는 이 세 분야가 각각 최고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한 곳에 몰입되지 않고 위험을 분산시킨 그의 삶 역시 편협하지 않고 활동에는 자신감이 있다. CTO평의회 의장인 조성제 BN그룹회장은 그를 '생각이 바른 경영인'이라고 말했다. 합리적이고 소신이 있다는 것이다.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하고, 좋은 일은 숨어서 스스로 한다. 그런 허 회장에게는 친구가 많고, 발이 넓다. 부산지역 상공인들은 어려운 일이 있으면 그에게 먼저 상의하고 조언을 구한다. '올인'이 아닌 분산된 유연한 사고체계는 이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DSE 현황

 
  DSE가 생산한 전자박스와 스위치박스 등 각종 'HI BOX'제품.
허 회장은 1990년 DSE의 전신인 동신엔지니어링을 창업했다. 당초 그는 사업에는 손을 대지 않으려고 했다. 부친의 영향 탓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실무과장으로부터 "우리나라가 전기·전자용 스위치 박스도 못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번의 망설임 끝에 개발에 들어갔다. 허 회장은 그해 연말, 제품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그의 회사 제품은 'HI BOX'라는 브랜드로 생산되고 있다. 'HI BOX'의 특징은 가벼우면서 튼튼하다는 것이다. 기존 철제 박스는 무게가 13.2㎏이나 되지만 같은 크기의 'HI BOX'는 3.4㎏에 불과하다. 반면 강도는 30% 이상 튼튼해 트럭이 지나가도 부서지지 않는다. 또 수심 3m까지 방수가 된다. 당연히 먼지가 침투할 수 없어 악천후에도 내부의 전기·전자시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수출국은 아시아와 유럽은 물론 남·북아메리카와 중동 아프리카까지 세계 22개국 65개 업체에 이른다. 'HI BOX'는 성냥갑 크기에서 길이 80㎝의 대용량까지 718개의 다양한 품목이 있다. 품목 수에 있어서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수출업체가 많은 것도 다양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어 맞춤형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회사나 특수시설에서 사용하는 전자파 방지용 박스, 석유화학공장에서 사용하는 내화학성 제품, 제철소나 로봇자동생산라인 냉동창고용 내열성 제품, 자외선이 강한 사막지역과 염분이 많은 선박 및 바닷가에서 사용하는 제품, 알루미늄으로 만든 특수제품 등을 수주와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HI BOX'의 우수성은 일본 자동차부품업체 대표가 국내 TV와의 인터뷰에서 "도요타 자동차에 납품이 가능했던 것은 HI BOX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던 것에서 알 수 있다.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 있는 DSE는 회사의 인지도와는 달리 임직원 40여명의 중소 공장이다. 수출액은 연간 300여만 달러. 회사를 방문한 국내·외 바이어들은 그에게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회사의 외형을 키우도록 권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언제나 같다. "이 정도가 나에게 적합한 경영이다".

허 회장은 작은 공장으로 해당 분야의 세계 최고 업체가 된 것을 ▷세계적으로 전기전자용 박스가 철제에서 플라스틱으로 전환되던 시기에 기술개발에 성공했고 ▷1997년 아시아 최초로 첨단 개스킷 기기를 도입해 제품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올렸으며 ▷특허와 실용실안 등 41건의 독자기술을 보유한 점을 꼽았다. 개스킷은 플라스틱 박스의 몸체와 문 사이의 결합부에 가스나 물이 새지 않도록 끼워 넣는 패킹인데 DSE는 고분자화합물로 마감처리를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DSE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무리하지 않게 사업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룡학원과 해운대관광고

허 회장의 첫 직책은 동룡학원 이사장이었다. 선친의 뒤를 이어 지난 1988년 취임했다. 선친인 고 허동룡 이사장은 기업활동으로 얻은 부를 육영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가졌다고 한다. 1964년 고향인 경남 의령군 칠곡면에 의춘중학교를 설립한 것도 면지역에 중학교가 하나도 없어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청소년들을 위해서였다. 지난 1999년 농촌지역 학생수 부족으로 폐교한 이 학교는 33년간 3256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사회적 소임을 다했다. 해운대관광고는 1972년 설립된 관광서비스 분야의 전문계 학교다. 관광컨벤션, 조리, 외국어, 레저스포츠 등 4개 학과 36학급에 1061명의 학생들이 있다. 그동안 졸업생은 1만8014명이다.

허 회장이 자신의 힘을 분산시키는 것은 이 학교를 지키고 가꾸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그는 "교육이념과 철학보다는 이사장으로서 나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청소년기라는 중요한 시기를 학교 교육을 통해 바르게 지내도록 하고, 사회적으로 학교에 주어진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허 회장은 학교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관광레저 전문고교에 걸맞게 볼링과 골프전공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국제적 감각을 갖도록 캐나다인 원어민 교사, 미국과 캐나다에서 온 1년 과정의 외국인 교환학생, 전문계고 최초의 재학생 일본·중국 수학여행을 성사시켰다.

시설 확충을 위해 방학 때마다 내부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2년에는 기존 교사 옆에 4층 규모의 교육실습동을 준공했다. 1~3층까지는 제과제빵, 카지노, 골프, 헬스트레이닝 등 14개 전문교육 실습실이 들어섰다. 4층은 고등학교 수준에서 보기 드문 650석 규모의 극장식 대강당이다. 부산지역 각종 과학행사장에 선보이는 나비표본도 이 건물 3층 곤충표본부에 1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학교 진입도로는 7월이면 새로 개통된다. 재단에서 7억 원을 부담했다. 허 회장이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학교부지는 1만5000여㎡에서 5만3000여㎡로 넓어졌다. 넓어진 공간만큼 학교는 내실을 다지고 있다. 이날 강연회에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부산지역 과학관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한 것도 의료와 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전문고 학생들의 진출가능성을 엿보기 위해서였다.

"사학 경영은 기업과 달리 힘들고 사회적 가치도 극소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후원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집무실인 이사장실은 옛 건물의 4층 옥탑방에 있다.

지난 2003년 해외무역진흥 공로로 대통령 표창, 2004년에는 사학육성공로상 봉황장을 받은 그는 현재 부산상공회의소 19대 의원, KBS부산방송총국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부산과학기술협의회 CTO평의원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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