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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의 장거리 고성능 포' 글 입니다.

암 치료의 장거리 고성능 포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08.06.16

조회수 3665

첨부파일 : No File!
중앙일보 2008년 6월 14일(토) 26면

 

1895년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이래 우리는 X선을 쪼여 암이나 염증 종괴(腫塊)의 그림자를 보고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1950년대 그 그림자에 다량의 X선이나 감마선을 쪼여 암을 방사선으로 치료하기 시작했으나 암 주위의 그림자에 포함된 정상 조직도 함께 죽으면서 부작용이 컸다. 72년 컴퓨터 단층촬영(CT)의 활용이 가능해지자 의사들은 처음으로 암의 실제 모양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암 형상에 맞춰 방사선을 쪼이려 했으나 불가능했다. 96년 정보기술(IT)의 발전에 따라 고속·고용량의 컴퓨터가 CT와 치료기에 결합되면서(IMRT 치료기) 거의 암 형상에 근접해 방사선을 쪼일 수 있게 됐다. 최근 여기에다 로봇 기술이 더해져 거의 완벽한 방사선 수술(사이버 나이프)이 가능하게 되는 등 방사선 치료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X선과 감마선을 이용한 방사선 치료만으로는 깊은 곳이나 저산소상태 등에 있는 다양한 조건의 암을 치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수소핵이나 탄소핵 등의 이온빔(입자선)을 가속시켜 암 조직에 쏘면 인체 깊은 곳까지 뚫고 들어가 암 조직을 죽일 수 있다. 이때 수소핵을 가속시켜 쏘는 것을 ‘양성자가속기 치료’라 하고, 탄소핵을 가속시켜 쏘는 것을 ‘중입자 혹은 중이온가속기 치료’라 한다. 탄소핵이 수소핵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에 피부나 정상 조직은 뛰어 넘고 심부에 있는 암 조직만 집중적으로 파괴할 수 있으므로 부작용도 더 작고 치료효과가 더 탁월하다. 일반 방사선 치료가 소총에서 발사된 총알이라면 입자선(중입자) 치료는 장거리포에서 발사된 고성능 포탄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보고된 치료 성적에 의하면 폐암(병기1), 골육종암(절제 불가능), 간암(절제 불가능)에서의 기존 방사선 치료율이 35%, 30%, 50% 인 데 반해 중입자 치료의 경우 95%, 80%, 90%로 두 배 이상의 3년 국소 치료율을 보이고 있다. 물론 두경부암·뇌신경계암·전립선암·흑색종 등 여러 암에서도 더 우수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 전신에 퍼져 있는 말기 암의 경우는 치료 대상이 아니며 이는 항암제 치료나 지난주 소개한 방사면역치료(마법의 미사일)의 발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90년대 초부터 중입자 치료가 시도된 이래 일본과 독일을 선두로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실용화돼 가고 있다(미국은 아르곤과 같은 더욱 무거운 중입자에 의한 치료 연구를 시도했으나 오히려 임상 적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기에 중입자 치료에는 뒤져 있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의료용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소형 가속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입자 치료기 같은 대형 가속기 및 치료기를 개발하려면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중입자 치료기의 최대 단점은 막대한 비용(1500억원 이상)이 든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가적인 사업으로 권역별 센터를 만들어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은 향후 10년 내에 입자선 치료기를 30기 설치할 예정이다. 암 발생률 및 방사선 치료율이 비슷하고 인구 규모가 일본의 3분의 1인 우리나라는 10기 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는 이미 30여 기의 중입자 치료기가 치료 중이거나 계획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는 국립암센터에 양성자 치료기만 한 대가 있고, 부산시 기장군에 건설 중인 동남권 원자력의학원에 중입자 치료기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중부권에 다목적 연구용 중입자가속기 건설이 논의된 바 있는데 여기에 치료기를 부착하면 중입자 치료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난치성 암환자들도 부작용 없이 치료 효과가 탁월한 중입자와 같은 입자선 치료를 수년 내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20세기에 인류가 받은 원자력은 ‘새로운 에너지(원자력 발전)’였다. 21세기에는 ‘새로운 빛(방사선)’으로 무장된 ‘크루즈 미사일’이나 ‘장거리 고성능 포’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기 위해 원자력 의학은 다가가고 있다.

김종순 한국원자력의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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