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오전 달이 태양을 삼킨다. 우리나라에서는 2년 4개월 만에 최고의 천문학 이벤트인 부분 일식이 일어난다. 이번 일식은 부산을 비롯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으며 1997년 이후 태양의 가장 많은 부분이 달에 의해 가려진다. 부분 일식은 최근에는 2007년 3월 19일 오전 일어났지만 이때 가려진 부분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중국 등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이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 일식을 볼 수 있다.
■부산에서 최대 85% 가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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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달에 가려지는 부분 일식이 벌어지자 달 그림자가 지구에 드리워져 있다. 우주에서 본 달 그림자.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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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에서 시작되는 개기 일식은 지구의 절반을 가로지른다. 달 그림자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전 8시58분 인도에서 시작해 네팔, 방글라데시, 부탄, 미얀마, 중국 남부 지역을 거쳐 일본 류큐 섬을 지나 남서 태평양에서 최정점에 이른다. 이 지점에서의 개기 일식 지속시간은 6분39초에 달한다.
부분 일식은 동아시아와 인도네시아, 태평양을 비롯한 더 넓은 지역에서 볼 수 있다. 개기 일식대의 북쪽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달이 태양의 일부를 가리는 부분 일식만 볼 수 있다. 부산에서는 오전 9시36분에 시작돼 10시52분에 식분(일식이나 월식 때 가려지는 정도)이 85.3%로 최대에 달하며 오후 12시13분에 종료된다. 또 서울에서는 오전 9시34분에 시작 10시52분에 최대, 오후 12시5분에 끝난다. 최대 식분은 78.5%이다. 우리나라 최남단인 서귀포에서는 93.1%가 가려진다. 이는 2007년 3월 일식보다 8배 정도 많은 부분이 가려지는 것이다.
부분 일식은 태양의 오른쪽 윗부분부터 가려지기 시작해 최대 식분 때는 태양의 왼쪽 윗부분만 남기고 모두 가려진다. 이후 태양의 왼쪽 아래쪽으로 달 그림자가 빠져나간다.
일식은 월식에 비해 흔치 않게 일어나고 개기 일식은 더더욱 드문 현상이다. 개기 일식은 전 지구적으로는 약 18개월에 한 번씩 일어나지만 특정한 장소에서 개기 일식을 볼 수 있는 확률은 평균 370년에 한 번꼴이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1887년 8월 19일에 개기 일식이 있었고 다음 개기 일식은 2035년 9월 2일 북한의 평양 지역에서 볼 수 있다. 부분 일식은 2010년 1월 15일에 일어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부분 일식 전 과정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할 예정이다.
■태양-달-지구의 절묘한 자리 잡기
개기 일식은 혜성이나 유성우와 더불어 가장 인상적인 천문현상 중 하나다. 일식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고 달이 지구를 공전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태양-달-지구가 일직선으로 놓일 때 발생한다.
일식은 태양과 달, 지구의 절묘한 배치 덕에 일어난다. 태양 지름은 1.392×10, 즉 139만2000㎞로 달 지름 3476㎞에 비해 400배 정도 크다. 또 태양은 지구에서 1억5000만㎞ 정도 떨어져 달과 지구의 거리 38만4400㎞보다 400배 정도 멀리 떨어져 있다. 결과적으로 태양과 달은 겉보기 시직경이 대략 0.5도로 비슷해 일식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달 궤도는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 궤도에 대해 약 5도 기울어져 있어 일식과 월식은 그믐이나 보름 때마다 일어나지는 않는다. 지구와 달의 궤도면이 일치할 때만 일어나는 것이다. 또 지구와 달이 완벽한 원이 아닌 타원궤도를 그리기 때문에 달이 지구에 가까울 때 궤도가 일치하면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려 개기 일식이 된다. 달이 궤도의 먼 쪽에 있을 때 일식이 일어나면 태양을 모두 가리지 못해 주변이 반지처럼 남는 금환일식이 일어난다.
태양이 오른쪽 윗부분, 즉 서쪽부터 가려지는 것은 달이 서쪽에서 태양을 뒤쫓아오기 때문이다. 달 궤도 운동에 따라 개기 일식을 볼 수 있는 지점도 지구 표면 위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옮겨간다.
일식 진행 과정을 오랜 시간 맨눈으로 보면 눈이 상할 위험이 있다. 태양의 겉보기 등급은 -26.7로 -12.7인 보름달보다 수십만 배 밝다. 그 때문에 태양 표면의 85%가 가려져도 보름달 밝기의 수만 배 정도에 달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태양필터나 여러 겹의 짙은 색 셀로판지 등을 이용해 부분 일식을 관측해야 한다"며 "특히 특수 필터를 사용하지 않은 망원경으로 태양을 보면 바로 실명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