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네비게이션

HOME
글자크기

보도자료

참여마당
보도자료
'[국제신문] '시론' 혼이 빠진 국립부산과학관, 될 소리인가 /손동운' 글 입니다.

[국제신문] '시론' 혼이 빠진 국립부산과학관, 될 소리인가 /손동운

분류 : 공동체 명 부서명 : 부서 명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13.07.09

조회수 8064

[시론] 혼이 빠진 국립부산과학관, 될 소리인가 /손동운

근대화·산업화 상징 조선·자동차관 내치고, 난데없는 수송테마관…

'과학입국' 어디갔나

 

  • 2013-07-03 19:55:27 / 본지 30면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부산시민 1/3의 서명운동으로 설립되는 동남권 국립부산과학관은 부산 울산 경남의 주력산업이자 우리나라 근대화와 산업화의 혼이 담긴 자동차관, 조선관, 항공우주관을 주축으로 하는 '과학산업관'이다. 불과 50년 전 세계 최빈국에서 '과학입국'을 기치로 내건 뒤 세계 10위의 경제산업국으로 성장한 원동력인 자동차와 조선산업에 담긴 과학기술과 수학의 원리, 산업경제의 자부심을 이 과학관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부산과학관이 너무나 일반적인 '수송테마 전시관'으로 전락할 조짐을 보여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지난달 25일 미래창조과학부의 과학관추진단이 내놓은 전시계획안 중간보고는 국립부산과학관을 물질과 운동, 지구순환과 수송의 세계, 동력추진과 저항 등 국내외 과학관에 이미 있는 특색 없는 주제와 전시물을 중심으로 하는 '수송 테마관'으로 만들어 놓았다. 과학관 로비에 설치할 상징전시물 구상 안에는 해운대 신세계백화점 입구에 세워진 대형 LED 원형 서클의 복제품 같은 것도 있다. '자이로스코프(대형 회전팽이)', 지구 모양의 둥근 스크린에 대기와 해류의 순환, 항공기 운행상황을 표시하는 '지구의 프로젝트 빔', 자동차와 비행기 운전 시뮬레이터 등 웬만한 과학관이나 벡스코의 전시 행사장에서도 볼 수 있는 전시물들이 수송원리관, 응용기술관, 융복합미래관으로 이름 붙인 3개 전시관의 대표 전시물로 꼽혔다.

여기다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가속기 관련 전시품 자리를 가로채고 있는 'CT 인체 해부 투영장치'는 과학관의 설립연도를 20년 전으로 되돌려 놓고 있다. 에버랜드에 있는 미니기차의 10분의 1 크기도 되지 않는, 그래서 기차 안이 아니라 기차 위에 아이를 품고 쪼그리고 앉아야 하는 초미니 증기기차를 휴일 1만 명이 몰려올 과학관의 입구에 설치해 '수송의 테마를 적극 활용한, 국내 유일의 실질적 이동수단으로 활용 가능한 탑승형 상징전시물'로 소개한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국가기간산업 그리고 지역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한 '과학산업관'이라는 콘셉트는 2006년 과학관 유치 100만 명 서명운동, 2008~2010년 부산발전연구원과 정부기관인 KDI 예비타당성 조사, 국회의 예산승인, 기획재정부의 사업승인 등 전 과정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됐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는 수년간 외국과학관을 벤치마킹하고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자동차, 조선 등 각 전시관별 전시연출표와 200분의 1 모형까지 과학관추진단과 전시업체에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칼자루를 쥐고 있는 추진단으로 업무가 넘어간 뒤 부산과학관의 목적성과 역사성은 일부러 지워지는 것 같다. 지난해 8월 전시입찰 공고문에는 자동차관을 KTX와 철도수송기지를 포함하는 육상수송관으로, 조선관은 해운·항만 및 송유관과 수송기지까지 담은 해상수송관 등으로 제시했다. 과학관의 세계적인 추세는 전시 범위를 확대하지 않고 지역사회 및 산업과 연계시키는데 오히려 '수송시스템'을 덧붙여 놓은 것이다. 그 결과, 공고문대로 기본설계를 해서 당선된 전시업체의 작품은 주제가 분산되고 공항, 항만 등 수송기지에 인테리어 요소가 지나쳐 전시자문위원회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후 새로이 제시된 것이 앞서 살펴본 내용이다. 공모작이 선정된 지 이미 6개월 지났다. 하지만 작업은 여전히 전시관의 콘셉트와 전시물 선정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공모전에서 떨어진 업체가 반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통상적으로 과학관의 전시설계작을 공모하기 전에 전시물에 대한 사전 정책연구 등을 진행하지만 부산은 생략됐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계속 악수(惡手)만 두는 형국이다. 그리고 시간이 촉박하니 무리하게 중간보고 계획안을 몰아붙일지도 모른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시민들의 참여뿐 아니라 지자체가 공사비의 30%, 일반운영비의 40%를 부담하는 지역주민 참여형 과학관 법인이다. 그 속에 담길 내용도 평범한 수송과학이 아니라 지역의 혼과 열정이 담긴 자동차, 조선, 항공이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도 "과학관 전시물 정도야 추진단에서 알아서 할 일"로 더는 치부하지 말고 지역의 목소리를 경청하길 바란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 총괄본부장

@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h*@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